하루 시 한편

2020 수원문학 작품상 수상작

지슬의 세계 2020. 12. 31. 11:56

2020 수원문학 작품상 수상작

 

구두수선공

 

                         김경은

 

거친 보도블록에

닳아버린 고단함이

삼천원 지폐로 찾아든다

오래되어 나지막한 집

뒷짐진 늙은 청춘 한 생을 바쳐온 곳

벽보에 펼쳐 걸린

먹물 뿌려 그린듯한 유연한 손놀림

젊은 날 밤을 새워 다독이던 꿈의 궁전

모서리가 반듯하다

헤아리지 못할 별을 달아둔

구두 닦는 남자

키 큰 은행나무 곁에 그는

잔설에 몸 젖어도 맨발로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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