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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넝쿨

지슬의 세계 2012. 6. 26. 04:02

담쟁이넝쿨

 

                박경남

 

삭막하다는 말은 차라리

낭만적이리라

뜨거운 태양 아래

삶이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할

물기 하나 없는 자리에

 

흐느적거리던 손은 어느새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잡고

내리는 빗방울 잡아

하늘로 발돋움한다.

새 생명을 잉태한다.

 

 

 

詩作note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방음벽이 쳐져 있는 구간을 지나친다.

뜨거운 태양 아래 자동차의 소음과 매연이 자욱한 가운데서도

담쟁이넝쿨이 생명을 부지하고, 아니 부지 한다기 보다

철판을 보호하는 듯이 감싸며 자라고 있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돌담이나 집 벽에 붙어사는 담쟁이넝쿨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방음벽 철판 위에서 자라는 담쟁이넝쿨은 신기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