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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명절 전야

지슬의 세계 2012. 7. 3. 13:17

서울의 명절 전야

 

     박경남

 

다 잃어버렸다.

다 빼앗겨 버렸다.

원래부터 내 것은 아니었건만

자기들의 자리로 돌아간 지금

나는 왠지 슬퍼진다.

무수한 사람이 휩쓸던 거리엔

스산한 바람만이 누비고

달빛 아래 사각의 검은 그림자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네온의 휘황함도 힘을 잃었는지

눈초리가 처져 있고

빈 택시의 빨간 불빛은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빈 도심을 달리고

고향을 찾지 못한

서러운 발걸음만이

거리를 헤매고 있다.

 

 

 

詩作note

 

명절 전날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어 서울 나들이를 하였다

원래 고향이 서울이지만 서울을 떠나 수원으로 내려온 지 벌써 30년이 넘은 세월 서울은 고향이 아닌 낯선 곳이 되어버렸다. 친구들은 도리어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로 서울에 터를 잡고 살아온 지 오랜 시간이어서 인지 익숙하다.

친구들과의 떠들썩한 만남의 시간을 뒤로하고 버스를 타러 오는 도심의 환경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 할까?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에서 마치 황야의 무법자에 나올듯한 황량한 거리에 흙먼지가 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