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세트 바보

지슬의 세계 2013. 7. 7. 00:49

세트 바보

 

                         지슬 박경남

 

휴대전화기에서 들려오는 경쾌한 음악 소리

딸아이의 전화다.

‘찬효야, 할아버지야 “할아버지” 해봐’

저쪽에서 들려오는 수다스러운 목소리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끊어진 줄 알고 불러봐도 대답이 없다.

‘아빠’ 그때야 들려오는 딸아이 목소리

‘왜, 할아버지한테 전화해달라고 하고선

말을 안 하는 거야?’

‘뭐라고? 애가 무슨 말을 할 줄 안다고

할아버지한테 전화해달라고 했겠니?’

‘아니에요. 전화기에 있는 아빠 사진보고 귀에 갖다 대기에

할아버지한테 전화해 달라고? 했더니 고개 끄떡였어요.’

‘찬효야, 할아버지야’ “할아버지 해봐”

목메어 불러봐도 손자 녀석 아무 대답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엄마’ 소리로

입을 떼기 시작하는 손자한테

할아버지라고 불러보라는

딸이나 아빠나 세트 바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