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빠 때문이야.”

지슬의 세계 2013. 11. 5. 11:55

“아빠 때문이야.”

 

막내아들 이야기 하나 더 하겠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일입니다.

 

자기 단점을 아무리 자기 자식일지라도 터놓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됩니다.

저도 대머리진 것이 콤플렉스 아닌 콤플렉스지요 그래서 아이들한테는

“아빠는 대머리가 아니라 남들보다 이마가 넓은 거란다” 하며 쇠뇌 교육처럼 이야기했었지요.

그런데 하루는 막내 아이가 얼굴이 엉망이 돼서 집엘 들어왔더라고요.

“이 녀석 또 싸웠느냐? 맨날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싸움질만 하고 다니니 성적이 그 모양 아니냐”며 호되게 야단을 쳤지요.

그랬더니 막내아들 하는 얘기가

“ 다 아빠 때문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빠가 뭐랬다고 아빠 핑계를 대는 거야?”

아이가 하는 이야기에 너무도 충격을 받았었지요.

아이가 하는 얘긴즉슨 친구들하고 노는데 친구들이 “너희 아빠는 대머리다, 대머리다” 하고 놀렸다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는 아빠가 해준 말 그대로 친구들한테 항변했겠지요.

“아니야 우리 아빠는 대머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보다 이마가 넓은 것뿐이야.”

“그게 그거지 그러니까 너희 아빠는 대머리란 말이야.”

하면서 티격태격하더니만 결국은 치고받고 싸운 모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우리 아이가 저 정도로 맞았다면 상대 아이는 얼마나 큰 아이일까 궁금했지요.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아이가 워낙 덩치가 큰 아이인지라 제 친구들과 싸움을 해도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때릴 만한 아이들은 없었거든요.

아이에게 자세히 물어보니 세상에나 6:1로 싸웠다는 것입니다.

한 녀석은 쳐서 쓰러뜨려 발로 밟고, 한 녀석은 한쪽 팔로 감고, 한 녀석은 멱살을 잡고 해서 세 녀석은 제압했는데 나머지 세 녀석이 달려들어 마구잡이로 때렸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싸운 것도 속상한데 싸움의 원인이 아빠 때문이라니 아이에게 정말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했지요.

“그래 아빠는 대머리가 맞아 그러니까 네 친구들이 대머리라고 놀려도 이제는 절대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 거라” 하며 타이르고 있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문을 열고 보니 우리 아이와 싸웠다는 아이의 엄마가 자기 아들을 데리고 와서 우리 아이가 때려서 이렇게 되었다며 “어떻게 할 거냐?”고 했습니다.

“네 그러세요? 그럼 우리 아이 얼굴을 보고 다시 말씀하시지요.”

그 애 엄마도 우리 애를 보니 할 말이 없었던지

“애들이 싸우면서 크는 거지요” 하며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물러갔답니다.

 

지금은 대머리진 아빠 정수리에 뽀뽀를 해대는 막내아들 내년엔 군대에 간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