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어머니의 명절[수필]

지슬의 세계 2014. 9. 8. 00:52

 

어머니의 명절

 

남들은 들뜬 분위기에서 명절을 맞이했지만

어머니의 명절은 종살이나 다름없었다.

까다로운 큰 동서의 반란으로

어머님과 의논도 없이 아버님은 할머님을 모시고 집으로 오셨다.

만신이셨던 할머님의 뒤치다꺼리는 뭐라 말로다 표현하지 못했다.

어르신을 봉양하는 것은 자식의 도리로 마땅하다 하겠지만

문제는 일 년에 열 번이 넘는 제사를 모시는 것도

큰동서는 작은 동서들을 불러 모아 마치 종 부리듯 하셨다.

 

명절이 되면 그 정도가 좀 더 심해졌다.

며칠 전부터 큰댁에 모여 명절 준비를 해야만 했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놋그릇을 닦는 일부터 시작되었다.

조선기와 깨진 것을 주어다가 곱게 빻아 그 가루로 놋그릇을 닦으면 윤이 반짝반짝 나는 게 마치 새 그릇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 그릇 닦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가루를 볏짚으로 만든 수세미에 묻혀 윤이 나도록 닦으려면 보통 힘이 드는 것이 아니다.

그릇도 크기도 컸지만 보통 많은 게 아니었다. 하루 종일 그릇을 닦고 오신 어머님은 팔이 아파 잠을 못 이루시기까지 하셨다.

그뿐 아니라 기와 가루에 독이 있어서 그런지 그렇지 않아도 살성이 좋지 않으신 어머님은 손이 부어터질 것 같이 부어오르셨다.

그것을 뻔히 알고 계신 큰 어머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 다음 날은 김치를 담근다는 명목으로 동서들을 불러들이고 또 그 다음 날에는 전을 부친다는 명목으로 동서들에게 일을 시키셨을 뿐만 아니라 명절 맞이 대청소를 하여야 한다며 자기 집 청소를 두 동서에게 진이 빠지게 시키면서도 수고했다는 소리 한번 못 들으셨고 따뜻한 밥 한번 못 먹어 봤다고 어머님은 말씀하신다.

 

어머님의 명절, 그것은 삶이 아닌 노예생활 그 자체였다.

그런 모진 삶을 살아오신 것을 잘 아는 자식들은 어머님을 잘 모시려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명절을 앞둔 시점에 왜 그 생각이 날까?

 

 

 

출처 : 석란정
글쓴이 : 지슬/박경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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