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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화(夜花)

지슬의 세계 2014. 12. 1. 00:14

야화(夜花) 
                   지슬 박경남
무거운 어둠을 
현란한 네온사인이 들춰보려 하지만
무게에 못 이겨 주저앉아 버리는 밤.
그 밤에 피는 꽃이 있다.
불야성보다
더 화려하게 피어난 꽃이어야
흥청거리는 거리에서 
웃음을 팔고 몸을 팔 수 있다네.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묘한 웃음을 띠고 있지만 
뒤에선 언제나 날카로운 
손톱을 감추고 있었지.
지탱하지 못할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어 비틀거려도
내게 필요한 것은 
개도 안 물어간다는 돈, 돈 때문이다
눈꺼풀과의 힘겨운 싸움은 
밤마다 계속되고
거칠게 달려온 거리에도
끝이 오는가 보다.
황량한 벌판 같은 도시에 
화장은 나무껍질처럼 벗겨지고
흐트러진 옷매무새가 
피곤한 하루를 말해주고 있다 
더러운 손에 꺾여도
그래도 웃어야만 
검은 금고문을 열 수 있는
나는 밤에 피는 야화(夜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