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란정

[스크랩] 뭍으로 올라앉은 배

지슬의 세계 2015. 1. 30. 23:00

 

 

 

뭍으로 올라앉은 배

 

지슬 박경남

 

누구도 찾지 않는

포구 언저리에 올라앉아

비스듬히 누워 있는 통통배

세월은 아련함 속의 추억을

하얗게 지우는 지우개던가?

 

나를 흥분케 하였던

뱃전을 두드리는 파도

오랜 기다림 끝에

끌어올려지는 그물과

어부의 땀은 황홀한 미소

가라앉을 듯 무거운 배

기쁨의 노래에 춤추던 만선의 깃발

 

 

빛바래 내 이름은 희미해지고

아물아물 멀어져 가는 기억들

점점 더 비어가는 내 육신 속에

또 다른 작은 생명의 움직임

 

고독을 달래주려 다가왔던

부리부리한 눈의 갈매기는

무엇에 놀랐는지

황망히 날아가 버린다.

 

날고 싶다

푸른 물결 출렁이는 그곳으로

나도 가고 싶다.

출처 : 석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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