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란정

[스크랩] 귀천(歸天)

지슬의 세계 2015. 1. 31. 01:11

첨부이미지

 

귀천(歸天)

 

지슬 박경남

 

몇 날 며칠을 잠 못 이루고

꿈에 부풀었던 수학여행길이

내가 귀천(歸天)하는 길 일줄

누가 감히 생각이나 했겠느냐.

 

밤바다 폭죽놀이에 환호성 지르며

즐거워했던 친구들과 함께하는 길

어스름한 바다 위로 여명이 밝을 즈음

붉게 떠오르는 태양을

졸린 눈 비비며 바라보던 황홀함도 잠시

 

진도 뱅골 수로가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더구나.

기우는 배 안에서도

기다리란 말을 믿었던 내가 바보였던가?

내 입에 물이 들어오고

숨이 가빠질 즈음에

그때서야 알았구나.

죽음이라는 것을

 

못다 핀 꽃송이 억울하고 한스럽지만

원망한들 무엇 하며

후회한들 돌이킬 수 있겠느냐?

미안하다 말하지 마라.

잊지 않겠다고 말하지 마라.

두 달만 지나 봐라.

부모 형제(父母 兄弟) 친척(親戚)이 아니고는

기억하는 이 얼마나 되겠느냐?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다스려

잡아 죽일 놈은 잡아 죽이고

콩밥 먹일 놈은 콩밥 먹여

다시는 우리같이 피어 보지 못하고

스러지는 불쌍한 영혼 없게 하고

다시는 기가 막혀 피눈물 삼키는

부모(父母) 없게 하라.

 

불귀(不歸)의 객(客)이 된

우리의 간절한 소원(所願)이란다.

 

출처 : 석란정
글쓴이 : 지슬/박경남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