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건강 염려증 [수필, 삶의 이야기]
건강 염려증
사람은 누구나가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원한다.
그래서 건배 제의 구호에도 9988234라는 구호가 유행하기도 했다.
그만큼 사람은 오래 살면서도 건강하게 살다가 긴병 앓지 않고 2~3일만 아프다가 죽는 것을 원하는 것이리라.
내가 운동하는 복지관 탁구 교실에는 유난히 건강 염려증이 심한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탁구를 치다가 어디 슬쩍 스쳐서 멍이 들거나 해도 꼭 병원엘 가서 진단을 받고 약 처방을 받아야 직성이 풀린다.
그 친구 지론은 병을 어설프게 생각했다가 큰 병 만드느니 미리 사전에 예방하는 차원에서 자기는 그렇게 한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가 다른 사람에 비해 지나치다고 해석된다.
사실 그 친구가 그렇게 된 데에는 커다란 요인이 있다.
그것은 아들만 둘이 있는데, 큰아들은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전교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는 수재였단다. 그러다가 군대를 다녀온 아들이 대학교 2학년 때 갑자기 전화가 와서 머리가 아프다고 하기에 가까운 약국에라도 들려서 진통제라도 사서 먹으라고 하고서는 연락이 두절되었기에 예감이 이상하다 생각되어 여러 방편으로 수소문하던 중 아들이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가면서 119와 연락을 해 큰 병원으로 후송해 달라고 부탁해서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갔으나 바로 치료하지 못하고 지체하는 바람에 자세히 봐야 알 수 있을 정도로 약간의 장애를 얻게 되어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고 했다.
또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 친구에게는 너무도 큰 충격이었고 트라우마가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 후로 이 친구는 감기만 걸려도 대학 병원을 찾게 되고 조금만 부딪쳐 혹이라도 생기면 X-ray는 기본이고 CT에 MRI까지 찍어야만 했다.
얼마 전에는 병원엘 다녀온 친구가 얼굴이 벌게서 큰일 났다고 한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웬일이냐고 물었더니 허리 측만증이 생겨서 탁구를 못 치게 생겼다며 울상이었다. 여태껏 탁구 치는 재미로 살았었는데 이젠 무슨 재미로 사느냐면서 투정 반 걱정 반으로 울상이었다. 병원에서 탁구를 쳐서 그런 병이 생겼느냐고 했더니 그런 건 아니고 자기가 생각하기에 탁구를 오래 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렇다고 허리가 아픈 것도 아닌데 뭘 그리 걱정을 하느냐고 했더니 그러다가 큰 병으로 발전해서 남은 인생을 병신으로 살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남의 일이라고 우습게 생각하지 말라면서 화를 낸다.
우리는 그 친구의 가정환경이 충분히 이해가 갔기에 함께 운동한 몇 년을 아쉬워할 수밖에 없었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이 친구가 복지관에 운동하러 나타났다. 남편과 아들들이 설득하기를 사람이 뼈에 이상이 있더라도 근육으로 버틸 수 있다는 말을 했다면서 운동을 안 하고 있으면서 허리에 이상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 염려하는 것보다 근육을 단련해 허리를 보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말을 듣고 용기를 내서 다시금 운동을 시작한다고 했다.
50대 후반의 여자로서 게임도 잘하고 유머러스하며 배포가 큰 친구가 다시 와서 운동하게 된 후론 더 재미있게 웃어가며 운동을 하게 됐다.
아프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며 힘 빠져 있는 것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운동하여 건강을 다지는 것이 건강 염려증으로 고민하는 것보단 좋은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남편이 별명 붙이기를 도마 위의 생선토막처럼 팔팔 뛴다는 친구와 오늘도 우리는 함께 즐겁게 땀을 흘리며 건강을 다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