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선거와 효도[수필, 삶의 이야기]
선거와 효도
지난 6.4지방선거가 있기 얼마 전 일이다.
가까운 친구 분들과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들어오신 어머님이 “이번 선거에 누구 찍을 사람을 정해 놨느냐”고 물어 오신다. 생전 선거 때가 되면 “누구를 찍어야 하느냐”고 물어 오시던 어머님이신지라 “어머님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찍으셔야지요.” 하고 대답해 드리면 “그래도 네가 더 잘 알 테니 아범이 찍으라는 사람 찍겠다.”고 말씀하시곤 하셨는데, 이번엔 물어 오시는 게 이상하기도 하고 의아한 마음에 “왜 무슨 일이 있으세요?” 하니 “이번엔 아범이 내 말을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덧붙여 말씀하시기를 친구들과 이야기하시면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됐는데, 되자마자 야당 사람들이 하도 못살게 굴어 불쌍해서 못 보겠다. 시며 우리 늙은이들이라도 박근혜 대통령 당을 찍어줘 힘을 보태주자고 이야기하셨다고 하신다. 그러시면서 이번엔 어머님 말씀대로 박근혜 당을 찍어줬으면 좋겠다하셨다.
정치도 모르시고 박근혜가 어느 당인지도 모르시면서도 대통령이 불쌍하다시는 어머님.
노인의 생각에도 정치가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셨는지 “효도하는 마음으로 박근혜 당을 찍으라.”고 말씀하셨다.
옛날 생각이 났다.
처음 투표권이 나왔을 때 아버님은 공약도 인물도 모르시면서 무조건 공화당을 찍어야 한다. 시며 공화당 찍기를 강요하시는 것을 나는 아버지와 정치에 대해서 입씨름을 하였다.
아버지는 아버지가 지지하는 사람을 뽑고 나는 내가 지지하는 사람을 뽑으면 됐지 왜 아버지가 내 선거권을 이래라저래라 간섭하시느냐고 말씀드리면 아버지는 박정희 정권이 바뀌면 나라가 망한다고 말씀하시면서 아들은 아버지 말만 잘 들으면 된다고 하시고 나는 나대로 찍겠다고 하여서 집안을 시끄럽게 하니까 어머니께서 아버지가 말씀하시면 “네” 하고 가서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든 지지하는 사람이든 찍으면 되지 왜 집안 시끄럽게 하느냐고 핀잔하시던 어머니.
그래, 지금에 와서 누구를 찍는 게 나라를 위하는지, 어떤 사람이 정치를 잘해서 우리가 잘 먹고 잘살 수 있게 해줄 사람인지, 살펴보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고, 알 수도 없다. 이번 선거는 어머님께 효도하는 마음으로 이놈의 당도 아니고 저놈의 당도 아닌 박근혜 당을 찍어야겠다. 그게 속 편할 것 같다. 돈도 안 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