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술 때문이야! [수필, 삶의 이야기]
술 때문이야!
사람이 살다 보면 참 많은 일을 격에 되는 것이 인생인가 보다.
더군다나 우리네 같이 운전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사람을 상대하다 보니 남들보다 더 많은 일을 격에 되는 것 같다.
지난여름 아스팔트가 녹아내릴 정도로 낮 기온이 올라가더니 결국엔 열대야(熱帶夜)로 이어져 밤에도 에어컨을 켜고 다닐 정도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만져지는 것마다 끈적거리는 것 같았고 불쾌지수는 높아져 사람들이 조금만 신경 쓰이게 하면 바로 폭발해 버릴 것 같았다.
이럴 때엔 업무적인 말 외에는 될 수 있으면 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날은 어둑해지고 가로등 불빛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할 때쯤 30대 중반쯤 돼 보이는 젊은 아기엄마가 차에 올랐다. 목적지를 물어보기 위해 백미러를 보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얼굴이 어디서 다쳤는지 상처 때문에 딱지가 마치 나무껍질처럼 붙어 있었다.
목적지를 알아내서 차를 몰고 있으면서도 그 여인의 얼굴을 힐끔거렸더니 눈치를 챘는지 여인이 먼저 말을 걸어온다.
“아저씨 제 얼굴을 보니까 이상하지요?”
말이 나온 김에 그렇다고 대답을 했더니 여인은 자신이 생각해도 우스운지 한참을 혼자서 깔깔거리더니 하는 말이 술에 취해 집으로 가다가 맨홀에 빠져서 그렇게 됐단다. 얼굴뿐 아니라 다리 정강이와 배에도 상처가 있다고 하면서 치마를 살짝 들어 올렸다. 정강이에도 딱지가 앉아 거뭇거뭇해져 있었다.
어쩌다 그렇게 술을 많이 먹고 다녔느냐고 하며 남편이 좋아라. 하겠다고 이야기했더니 자기 남편은 술을 전혀 못한다고 했다. 사람들과 만나서 어울리다 보니 술을 가까이하게 되고 남편이 술을 못 먹으니 자연 남편이 먹을 술이 흑기사처럼 자기에게 돌아오게 되었고 그날 따라 더 많은 술을 먹고 오다가 남편과 말다툼을 했다고 한다.
남편은 화가 나서 앞으로 먼저 가고 여인은 비틀거리며 뒤따라가다가 그만 맨홀에 빠져 버렸다는 것이다. 맨홀에 빠져서 사람 살려달라고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마침 그때엔 사람들이 안 다녔는지 한참을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단다.
화가 난 남편이 앞서 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아내가 안 쫓아오기에 이상하다? 싶어 온 길을 되돌아오다 맨홀 속에서 많이 듣던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 들여다봤더니 깜깜한 맨홀 속에서 자기 아내가 사람 살려달라고 소리를 치더란다. 부랴부랴 사람을 꺼내 얼른 병원을 갔더니 다행히 뼈에 이상은 없었고 찰과상만 입었다고 해서 간단한 치료만 받고 나왔다고 했다. 여인은 집에 와서 거울을 봤더니 자신이 생각해도 꼴이 말이 아니더란다.
얼굴에 상처 때문에 창피하기도 해서 한동안 밖에 나와 다니지도 못하고 있다가 급한 일이 생기는 바람에 어두워진 틈을 타 나왔다는 것이다.
남편이 뭐라고 하더냐고 물어봤더니 차라리 자기가 술을 배워서 먹는 것이 낫겠다고 했지만, 워낙 술이 안 받는 체질이라 포기하며 아내더러 술을 먹어도 너무 도를 넘지 않고 천천히 먹으라고 허락을 했다고 한다.
에고고!!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이냐?
그것도 여자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가다가 맨홀에 빠져서 저렇게 엉망이 됐으니
나쁜 술!! 그건 너 때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