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란정

[스크랩] 문틈

지슬의 세계 2015. 1. 31. 02:26

문틈 지슬 박경남 열린 것만큼 그만큼만 보였다. 반쯤 잘려나간 고무신과 붉은 꽃에선 하얀 피가 흐르고 있었다. 댓돌 아래 내려앉은 처마는 땅따먹기 놀이를 하는지 야금야금 빼앗아 들어간다. 장죽을 든 주인영감의 헛기침에 놀라 멈추는 듯하더니 내일 다시 와서 놀라는 호령에 벗어 놓았던 옷가지를 들고 일어선다. 아직도 열려있는 그 문틈으로 장명등 불빛이 새어나온다.

     
     

    문틈

     

                                                                  지슬 박경남

     

    열린 것만큼

    그만큼만 보였다.

     

    반쯤 잘려나간 고무신과

    붉은 꽃에선

    하얀 피가 흐르고 있었다.

     

    댓돌 아래 내려앉은 처마는

    땅따먹기 놀이를 하는지

    야금야금 빼앗아 들어간다.

     

    장죽을 든 주인영감의 헛기침에

    놀라 멈추는 듯하더니

    내일 다시 와서 놀라는 호령에

    벗어 놓았던 옷가지를 들고 일어선다.

     

    아직도 열려있는

    그 문틈으로

    장명등 불빛이 새어나온다.

     

    출처 : 석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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