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란정

[스크랩] 김장 김치 [수필,삶의 이야기]

지슬의 세계 2015. 1. 31. 02:37

 

김장 김치

 

해마다 김장 때가 되면 우리 집은 전쟁을 방불케 하는 난리를 친다.

김장은 겨우내 먹을 양식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어머니와 아내에 맞서

꼭 김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반문과 함께 올해 한 번쯤은 담근 김치를

사다 먹자는 저와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사 먹는 김치는 비싸기도 비싸지만 얼마나 위생적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사 먹을 수 있느냐는 결벽증이 있는 아내는 무슨 일이 있어도

김장은 담가 먹어야 한다고 밀어붙이는 통에 항상 나는 불만이 쌓인 채

김장하기에 참석을 한다.

 

쑥스러운 내 자랑이 되겠지만 사실 김장 절이는 데는

내가 좀 일가견이 있다고나 할까?ㅎㅎ

일단 김장을 하려고 배추를 사들여 놓으면 배추 크기에 따라

반이나 혹은 네 등분으로 쪼개 소금물에 담가 적셔 놓고

속이 찬 정도에 따라 소금을 얹어 놓는데 간이 딱 배기 좋을 정도로

맞춰 놓기에 아내는 항상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한다.

나는 으쓱해서 이렇게 할 바엔 차라리 우리가 김치 장사를

해 보면 어떻겠냐고 으스대지만 만만치 않다는 것을 내가 더 잘 알고 있다.

 

허리가 끊어지게 아프도록 배추를 절이면 아침잠이 없으신

어머님이 배추를 씻어 놓으시고 나는 무를 채 썰어 고춧가루와

양념을 버무려 놓고 깍두기 거리와 파, 양파 등을 눈물, 콧물을 흘려가며 썰어 놓는다.

아내는 갖은 맛있다는 굴이며 생새우 등을 가미해서 속을 넣어 놓으면 김장이 끝난다.

 

그런데 올해는 아내가 팔꿈치에 테니스 엘보가 와서 김장을 못 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나는 자유 아닌 자유를 맛보고 있지만, 왠지 나도 허전한 마음을 접을 수 없었다.

그러고 있는데 가까이 사시는 이모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김치를 담그려고 배추를 절이다 보니 너 많이 절여 놔서 배추가 남았다. 시며

김장을 하지 않았으면 가져다 속만 넣어 먹으라고 하셨다.

아내는 아픈 팔을 가지고서 그래도 그것만이라도 김장을 해야겠다며

김장할 준비를 해 달라고 하여 무를 채 썰고 파, 양파 등을 썰어 놓았는데

예년에 한 것보다는 삼 분의 일도 안되는 것 같았다.

그나마도 김장이라는 것을 그렇게 해 놓고 보니 겨우살이 준비를 다 해 놓은 것 같아

김장을 반대하는 나도 왠지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김장

김치를 잘 먹지 않는 나에게 그것은 영원히 풀지 못하는 숙제일 것 같다.

출처 : 석란정
글쓴이 : 지슬/박경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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