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란정

[스크랩] 쾌유하게 하신 하나님.

지슬의 세계 2015. 1. 31. 13:05

쾌유하게 하신 하나님.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는 날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초겨울 비 치고는 제법 많은 양이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여 내렸다. 마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을 암시하듯. 날짜에 맞춰 결과를 보러 검진센터에 갔더니 담당 의사 선생님이 어머니의 눈치를 보면서 함께 들으시겠습니까? 물어 온다. 직감적으로 아차! 안 좋은 일이 생겼구나? 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어머니를 잠깐 밖에서 기다리시라고 병실에서 내 보내드리고 의사와 마주 앉았다. 무겁게 입을 연다. 큰 병원에 가 보셔야겠습니다. 무슨 일인데요? 유방암입니다.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건강하시던 어머니가 유방암이라니 혹시 오진이 아닙니까? 되물어 봤다. 의사는 어머니 가슴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여기 흰 부분이 암 덩어리라고 보여준다. 순간 생각이 났다. 우리 어머니는 나 어렸을 때 젖을 먹이시다가 젖유종을 심하게 앓으신 후 가슴이 움푹 팬 자국이 있다는 것을 의사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암이 확실하다며 큰 병원에 가서 하루라도 빨리 수술하는 게 좋다고 이야기한다.

 

  눈물이 쏟아졌다. 80이 넘은 그 연세에 우리 어머니가 암이라니? 암이라는 것은 남의 일로만 알고 살아왔는데,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믿어지지가 않았다. 항상 어머니와 함께 다니면 이런저런 일을 이야기하며 웃으면서 다녔었건만, 운전하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애써 참아보려 했지만, 목이 메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일단 어머니께 옛날에 앓으셨던 젖유종이 암으로 발전할 수 있어서 수술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지금 내가 이 나이에 죽는다고 해도 누가 나를 암 때문에 죽었다고 하겠냐? 시며 수술은 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신다. 그건 어머니가 결정할 게 아니라 동생들과 결정해서 아들들이 할 것이니까 어머니는 그냥 자식들이 하자는 대로 따라 하시기만 하면 된다고 말씀을 막았다.

 

  형제들과 며느리들이 한자리에 모여 의논한 끝에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하루라도 빨리 수술하자는 결론을 내고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암이 아니더라도 자식들 후회하지 않게 수술하자는 긴 설득 끝에 입원하고 수술 날짜를 잡았다. 하필 입원한 날이 바로 어머니 생신이 들어 있어 병원에서 간단하게나마 생신 케이크에 촛불을 켜 드리고 혹시라도 마음에 부담될까 봐 자식, 손자들이 돌아가며 와서 재롱 아닌 재롱과 우스갯소리로 마음을 진정시켜 드렸다. 우리 교회 목사님들 세 분께서 번갈아 가며 오셔서 기도해 주시며 중보기도 팀에게도 기도를 부탁했다는 말씀으로 어머니의 마음을 안정시켜 드렸다. 또 막내 동생이 섬기는 교회 목사님도 주일 예배가 끝나자마자 서울에서 달려오셔서 기도해주심에 많은 힘을 얻었다. 믿는 자의 기도는 결박을 풀어주고 역사하는 능력이 크다는 성경 말씀을 의지하였다.

 

  수술하는 날 이동 침대에 누우신 어머니는 기도하시는지 눈을 감고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자식들과 손자들의 염려 마시고 한숨 푹 주무시고 나오시라는 배웅을 받으시고 수술실로 들어가셨다. 쉽지 않은 수술이라 시간이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다. 걱정은 되었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믿음이 있으셔서 그런지 마음은 편했다. 뜻밖에 2시간 반 만에

수술을 마치고 나오신 어머니는 막내 손자를 보시자 밥 먹었느냐고 하시며 울음을 터뜨리셨다.

어머니는 워낙에 건강 체질이시라 다른 수술 환자보다 회복이 빠르셨다. 닷새 만에 퇴원하시겠다고 하셔서 며칠만 더 있으라는 의사의 만류도 있고 해서 입원 8일 만에 퇴원하시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병원생활이 갑상선 암이라는 진단으로 2월 또 한 번의 수술과 28번의 방사선 치료, 골다공증과 노인성 치매, 자궁암 검사 등 많은 검사를 하던 중, 물 컵을 들고 일어서시다 삐끗 넘어지시면서 팔목을 다치셔서 깁스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까지 가게 되었다. 어머니는 많이 힘들어 하셨지만, 그래도 꾸준히 약을 드시고 교회 참석은 하시지 못하셨어도 새벽마다 일어나셔서 기도의 단은 계속 쌓으셨다.

 

  지난 8월, 검사했던 모든 것은 이상이 없고 두 가지의 암도 완치되어 더 이상 병원에 오시지 않아도 된다는 통보를 받고 집에 돌아오는 길은 얼마나 기쁘던지 어머니 얼굴엔 화색이 도는 것 같았다.

어렵고 힘들 때에도 새벽에 일어나 기도하신 기도의 능력, 병들어 고통 중에도 감사하는 마음. 이것이 치유케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겠는가? 하는 믿음이 생긴다.

지금은 수술 전과 같이 새벽마다 교회에 오셔서 기도하시며 집안의 모든 일을 하시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활하고 계시는 어머니.

추수감사절을 맞아 서로 감사의 기쁨을 나누는 귀한 이 자리를 빌려 기도해주신 담임목사님과 두 분 부목사님, 또 중보기도 팀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로 제사를 드리는 자가 나를 영화롭게 하나니 그의 행위를 옳게 하는 자에게 내가 하나님의 구원을 보이리라. (시50:23)



출처 : 석란정
글쓴이 : 지슬/박경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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