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자선남비
지슬의 세계
2016. 12. 31. 04:27
자선냄비
지슬 박경남
딸그랑딸그랑
차디찬 거리 한복판에
겨울이 울고 있다.
배고파 우는 이들을 대신하고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하얀 입김을 불어가며 외치는 소리
불우한 이웃을 도웁시다!
불우한 이웃을 도웁시다!
붉은 외투에 가죽장갑을 낀 손에도
칼바람이 들어온다.
흔들이는 종소리에 다가오는 발걸음들
동전 한 닢, 작은 지폐 한 장
부끄럽게 넣고 달아나듯
돌아서는 발걸음에 복이 있으리라.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바로 내게 한 것이라는 주님의 말씀
내가 주릴 때 먹여주었고
내가 벗었을 때 입혀 주었노라.
딸그랑딸그랑
겨울이 곱은 손을 모은다.
춥고 배고픈 사람 없게 해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