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네온사인
지슬의 세계
2017. 2. 11. 01:18
네온사인
지슬 박경남
불나방만이 불빛을 찾아
헤매는 것만이 아니다.
때론 불나방을 빙자한 인간들도 있다.
블랙홀 같은 밤을 밝히는 네온사인 속으로
빠져드는 단세포의 마루타들은
환락, 환락만을 추앙한다.
미친 듯이 흔들어 대는
탬버린의 장식에 맡긴 육신은
얇은 쇳소리를 내며 춤을 추고
현란한 기술로 제조되는 폭탄주에
팔려버린 영혼들은 밤거리를 방황한다.
붉게 칠한 손톱 밑에 감춰진 유혹들
끝이 어디인지 모를 것 같은 시간도
어슴푸레 밝아오는 동녘에 에너지를 뿌린다.
하나둘 꺼져가는 네온사인 사이로
아직 꺼지지 않는 십자가의 불빛이
방황하는 영혼들을 불러 모은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쉼.
지친 영혼들은 쉼을 갈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