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지슬의 세계 2017. 7. 10. 04:35

침묵

 

지슬 박경남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났어도

그들의 입에서는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분명 두 사람의 만남에는

무진한 말들이 필요했을 텐데

막상 만나고 나니

무슨 말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헝클어진 실타래 같이

끝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길고 긴 침묵이 흘렀다.

아니, 그것은 침묵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 긴 시간 속에서

켜켜이 쌓여 있는

퇴적층을 파헤치며

딱딱하게 굳어 있는

서로의 마음을 읽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