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지시등에 대한 소고(小考)
방향지시등에 대한 소고(小考)
자동차와 사람들의 삶을 분리해 놓고서는 아마 인간이 생존하기가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장거리 출타는 물론 가까운 쇼핑센터나 아니면 친지들과 모임에서도 자동차를 몰고 가는 것이 일반화 되어있고 또 자동차는 모름지기 자신을 나타내는 신분증 같은 역할도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 대수가 2016년 말 현재 2,180만대라고 하니 우리나라 총인구수 5,173만여 명이면 대충 잡아 2.5명당 차량 1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에 대한 법규가 해마다 새로 지정되어 국민들이 혼란에 빠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내 나름대로 자동차가 왜 이렇게 많이 늘어나는가 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젊은이들의 가치관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세대에는 최고의 목적은 집 장만이었다. 월세에서 시작하여 열심히 일하고 악착같이 저축하여 집 장만하면 그 사람 성공했다는 말까지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의 젊은이들에게 집 장만은 그야말로 하늘에 별 따기나 마찬가지다 부모의 도움 없이 집을 장만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자연 눈을 돌리는 것이 자동차이다. 월세를 살아도 자동차는 있어야 하고 월세를 얻는데 주차장이 갖춰지지 않는 집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더욱이 외제 자동차라면 사족을 못 쓰는 게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이리라.
자동차가 재산목록 1호이다 보니 내 재산목록 1호를 누가 흠집을 낸다거나 자동차를 운전하는데 위협적인 운전을 하는 사람들을 그냥 보고 넘기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보복운전이라는 것을 하게 되고 상대방은 상대방대로 위협운전을 하게 되다 보면 서로의 감정이 복받쳐서 주먹다짐에 살인까지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세상에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동호인 모임은 수천, 수만 개가 있어도 착한 운전하기 동호회라든가 안전운전 동호회가 있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다.
각설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른 데 있다.
요즘 보복운전이니 난폭운전이니 하면서 새로운 법규가 나온 것이 방향지시등 켜기이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끼어들기를 한다면 자동차마다 설치되어 있는 블랙박스에 촬영된 동영상을 가지고 경찰에 신고해 범칙금을 물리게 하였다. 그렇게 하다 보니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 변경을 하려 해도 뒤에 차들이 결코 틈을 주지 않아 애를 먹는 운전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사실 어떤 때는 방향지시등 없이 재빠르게 끼어들 때도 있다. 재수가 좋으면 그냥 넘어가고 재수 없으면 범칙금 통지서를 받는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 중에 범칙금 통지서를 받고 ‘아~~ 내가 잘못해서 범칙금을 내는구나’라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대부분 사람들이 재수 없이 걸렸다고 생각한다는 보고서도 있는 것으로 안다.
작년 유럽을 여행할 때였다. 오스트리아를 들어서는데 여행가이드가 지금 시간이 오스트리아 사람들 퇴근 시간이라 차가 조금 밀릴 것이라는 안내를 한다. 운전을 직업으로 하는 나는 언뜻 스치는 생각이 서로 먼저 가려고 끼어들고 안 비켜주고 하는 그런 것이 그려졌다. 정작 퇴근 시간 고속도로에 들어서는 차량과 주행하는 차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처럼 먼저 가려는 사람 없이 서로 교행하다 보니 크게 정체되는 것 없이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마 우리나라 같으면 서로 먼저 가려고 하다가 접촉사고를 내던가 아니면 차를 차도 한가운데 세워 놓고 멱살잡이를 했을 것이다.
오스트리아뿐 아니라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거의 마찬가지라는 말에 역시 선진국은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초보 운전자들이 제일 애를 먹는 것이 운전하다가 차선 변경하려고 방향지시등을 켜고 변경하려 해도 양보해주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경험이 있을 거다.
자동차가 의사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대체로 두 가지이다. 하나는 방향지시등과 경적이다. 좌회전일 때는 좌회전 지시등을 우회전일 때는 우회전 지시등을 또 위험할 때는 경고성으로 경적을 울려주고 양보해줘서 고맙다는 표현으로도 경적을 살짝 울려주는 게 자동차가 할 수 있는 의사 표현이다.
그런데 아무리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 변경을 하려 해도 양보해 주기는커녕 끼어들지 못하게 바짝 붙여 운전하다가 도리어 앞 차량을 추돌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초보 운전자뿐 아니라 베테랑 운전자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나는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 변경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 변경하는 차량에 양보하지 않는 운전자에게 범칙금을 물리게 하면 어떨까? 아마 그렇게 되면 초보 운전자들도 쉽게 차선을 변경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여유 있는 운전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막상 내 앞에 자동차 한 대 끼워 준다고 해서 내가 목적지에 늦게 도착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앞에서 얼쩡거리는 것이 싫어서 안 끼워 준다면 그 사람은 또 막무가내로 끼어들게 되고 그러다 보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사고 나기 십상이다.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교차로에는 어제의 교통사고 집계와 사망자 몇 명 부상자 몇 명이라는 전광판을 가끔 본다. 매일 보는 것이라 무심히 지나칠 때가 사실 많이 있다. 왜? 무엇 때문에 사고가 났을까? 궁금해 하며 관심을 두는 것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이요 우리가 살고 있고 또 우리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세상이 안전하고 즐겁게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 문화를 물려준다면 그것도 후손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좋은 유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