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아내의 마음.

지슬의 세계 2018. 2. 7. 23:43

아내의 마음.

 

베트남 여행 셋째 날.

엔뜨 국립공원 관광을 마치고 하노이에 있는 호암키엔 호수를 관광하기 위해 버스에 올라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을 찍으려 카메라 조리개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함께 관광하는 누님 중에서 총무님이 수줍게 일어나시더니 이렇게 함께 관광하는 것도 인연인데 그냥 차만 타고 다니는 게 무료하기도 하니 서로를 소개하며 노래라도 불렀으면 좋겠다.” 고 제안을 해 오셨다. 그러고 보니 삼일이 되었는데도 서로에게 눈인사만 했었지 그렇게 긴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자기들끼리만 어울렸던 것이 부끄러웠다. 우리도 여행이 삼 일째가 되니 서서히 무료함이 몰려올 즈음이어서 잘됐다 싶어 쾌히 승낙했다.

 

총무님은 마이크를 잡으시더니 나는 노래는 잘하지 못하고 집에 두고 온 남편을 위해 메모를 해 두었던 것을 읽겠노라.” 하시며 여행 틈틈이 적어 놓으신 것을 읽어 내려가셨다.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있었던 남편에게 대한 미안함과 효자 효부인 아들과 며느리가 버스 터미널까지 차를 태워다 준 것으로 시작해서 얼마나 조밀하게 잘 적어 놓으셨던지 함께하지 않으신 남편분이 글을 읽으셔도 함께 여행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이 먹어 남자들에게는 1. 마누라, 2. 아내, 3. 애들 엄마, 4. 집사람, 5. 와이프가 필요하다는데 집에 두고 혼자 떠나오니 미안하기도 하고 해서 적었다고 하시면서 여행이 끝날 때까지 메모해 두었다가 남편에게 읽어줄 것이라시며 목이 메시는지 말끝을 흐리시는 것을 보니 나 자신도 가슴이 뭉클함을 느꼈다.

 

아직 우리 부부는 따로 떨어져 긴 여행을 해보지 않았고 또 혼자서 좋은 곳을 가보면 거의가 한 번 더 같이 가보긴 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변할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만약 나도 저런 상황이 되면 따라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아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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