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고급 도둑

지슬의 세계 2018. 2. 8. 00:03

고급 도둑

 

나에겐 이른 새벽 같은 시간에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무거운 머리를 들어 시계를 보니 오전 10시 여느 날처럼 장사에 목적을 둔 전화려니 생각하고 조금 더 잠을 자려고 이불을 뒤집어썼지만 계속해서 울리는 전화벨에 결국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전화번호를 보니 모르는 번호인 유선전화번호가 눈에 들어왔다.

아직 덜 깬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니 상대방에서 미안했던지 주무시는데 깨웠나 봅니다.” 먼저 사과를 한다.

무슨 용건이신데요?” “, 지난번 차량 파손관계로 신고하셨지요? 이번 사건을 배당받은 000 경찰서 강력계 000 형사입니다.” 한다.

그러면서 수사에 필요한 몇 가지 물어보겠다면서 차량 파손된 것 말고 물품 피해는 없었는지 물어온다. 다른 것은 없어진 것은 없다고 하면서 내 딴엔 수사에 도움이 될까? 싶어 차에 돈이 있었지만 가져가지 않았다고 했다.

이상한 것은 차 안에 있는 콘솔 박스도 뒤진 것처럼 한번 들었다 놨다 뿐이지 돈이나 값나가는 물건이 있는지 세세히 뒤진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얘기하면서 동전 주머니에 5~6만 원가량의 동전이 있었는데 그것도 가져가지 않았다고 했더니 그날 파손된 차량이 우리 관내에서만 7대가 되고 다른 관내에서도 여러 건이 신고가 접수된 걸로 봐서 아마 동전은 무거우리만치 가지고 있었기에 가져가지 않았을 거란 추측을 했다.

 

차 안에 블랙박스나 내비게이션도 값이 나가는 물건이 있었는데 그것도 가져가지 않았다고 했더니 요샌 그런 것을 판매하다가 걸리는 확률이 높기 때문에

아주 특별히 비싼 것 아니고는 물건에 손을 대지는 않는다고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금 경기가 어렵다고 해서 연말연시에조차 손님이 끊어진 상태인데도 무얼 가져갈 게 있다고 택시만 골라서 털어갔는지 불쌍하기까지 했다.

다른 사람들은 차에다 종잣돈을 두었던 모양인데 동전은 무거워서 안 가져가고 가볍고 편하게 숨길 수 있는 지폐만 가져갔다고 한다.

 

이젠 도둑들도 고급이 되었나 보다

무겁고 힘들고 걸릴 위험이 있는 것에는 손끝 하나 대지 않고 지폐만 가져가니 도둑들도 신세계를 열어가는 것 같다.

 

아무리 궁색하다고 하지만 남의 재산에 손해를 끼치는 행동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더군다나 생명을 걸고 운전을 해야 하는 나 같은 택시 운전사들에게는 그날의 기분이 안전 운행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