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같은 진짜 이야기 세 번째. -참새 떼-
거짓말 같은 진짜 이야기 세 번째. -참새 떼-
참새고기가 얼마나 맛이 있으면 참새가 소 등위에 앉아 네고기 열점하고 내고기 한 점하고 안 바꾼다는 말이 있지요. 이번에는 나뭇잎처럼 떨어져 있었던 참새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미꾸라지를 엄청나게 많이 잡았던 해에는 천재지변도 많이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미꾸라지를 그렇게 많이 잡았던 것도 그리 흔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참새 떼 이야기를 하면 요즘 TV에 ‘세상에 이런 일’이란 프로그램에서 분명 취재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그해 8월도 올해처럼 늦장마로 매일같이 엄청난 비와 천둥·번개가 잦았었지요. 그날은 얼마나 밤새도록 천둥·번개가 치던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였습니다. 더군다나 비닐하우스가 날아가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수시로 밖에 나가 점검을 했었지요. 막상 바람에 날라 간다고 하더라도 딱히 방비할 수도 없었지만, 사람의 마음이 그런 것만은 아니더군요.
밤을 뜬 눈으로 새었어도 아침에 출근은 해야겠기에 시험장으로 향하는 아침은 밤새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맑고 햇볕은 따가웠습니다.
시험장이란 곳이 워낙 넓은 곳이라 사람들은 저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에 같이 가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지나쳐가는 사람들도 있었지요.
마침 밤샘 숙직을 하던 이웃집 사람이 지나치면서 참새고기 먹으려면 돼지우리(돼지 막사)로 오라고 말하며 지나쳐 갔습니다. 알았다고 하면서 있다가 점심때에 들릴 테니까 혼자 다 먹지 말고 남겨두라고 인사하며 내가 근무하는 축사로 향했습니다.
오전 일을 부지런히 마치고 사람들은 휴식하며 어젯밤에 누구네 집 담장이 넘어갔다고 또 어디 개울이 범람해 누구네 집 논이 침수되었다는 등의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문득 아침에 돼지우리에서 근무하는 사람 말이 생각나 이야기를 하며 함께 가 보자고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참새 몇 마리 가지고 누구 코에 붙이느냐며 가지 않겠다고 해서 나도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어차피 가는 길이니 들러봐야겠다며 먼저 길을 나섰습니다. 밤새 내린 비로 길은 아직도 질척이고 있었지만, 더위가 한풀 꺾인 것 같아 조금은 상쾌한 것 같았습니다. 돼지우리에 도착했더니 마침 그 사람도 점심을 먹으러 나가려고 자전거를 끌고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나는 “참새고기를 준다며 어딜 벌써 가느냐?”고 했더니 그 사람은 “자기가 지나오면서 보지도 못했느냐”며 “맘껏 담아가”라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어디에 있는 줄 알아야 퍼 가든 담아가든 할 것 아니냐?”고 했더니 “아! 저 길에 널려있는 게 참새 아니냐.”고 했습니다. 오던 길을 되돌아보니 밤새 비바람에 나뭇잎이 떨어진 줄 알았던 것들이 참새가 떨어져 죽어있는 것이었습니다.
수원은 지리적으로 높은 산이 없는 반면에 평야가 많은 나름의 곡창지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선 시대 때엔 정조의 효심도 있었지만 드넓은 평야로 인해 천도를 계획했었고 커다란 인공저수지를 만들어 만석꾼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참새들도 많아 가을에 참새 떼가 날아다니는 것을 보면 나름의 장관을 볼 수 있었지요.
그런데 참새들이 벼 이삭을 쪼아 먹는 게 아니라 축산시험장에 널려 있는 것들이 사료이다 보니 참새들은 논으로 나가 벌레를 잡아먹고 낱알을 쪼아 먹는 게 아니라 시험장으로 날아와 사료를 먹고 가까이에 있는 미루나무꼭대기에 올라앉아 자다 지난밤 천둥과 번개에 맞아 죽어서 떨어진 것들이었습니다. 얼마나 많이 떨어졌으면 마치 가을날 나뭇잎이 수북이 떨어져 쌓여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갈퀴로 끌어 모아 사료 포대에 담아 집으로 가져갔지요. 그때 아내는 임신 중이었고 장모님이 같이 계시던 때라 장모님이 보시더니 이렇게 귀한 것을 어디서 가지고 왔느냐고 물으시기에 지금 시험장에 지천으로 깔려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벼락 맞은 것은 약에도 쓴다고 하니 얼른 가서 한 부대를 더 가져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점심도 못 먹고 시험장으로 다시 가 40Kg짜리 부대에 한 자루를 담아다 드렸더니 장모님은 벌써 물을 끓이고 참새 털을 뽑고 계셨습니다.
참새가 얼마나 많았는지 점심나절부터 시작한 참새 털 뽑기는 초저녁까지 이어졌고 아내는 손질한 참새로 닭볶음탕처럼 참새 볶음 탕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아무리 귀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많다 보니 보기만 해도 질릴 정도였습니다.
아내는 서울에서 수원으로 통근하는 내 친동생이 가까운 회사에 있으니 커다란 통에 한가득 담아주면서 어머님께 갖다 드리라며 싸 주었습니다.
동생에게 갖다 주려고 회사로 갔더니 어느새 소문이 났는지 조금만 나눠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욕심 많은 동생은 하나도 주지 않고 집으로 가져갔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우리 어머님도 벼락 맞은 것은 약에 쓴 다시며 냉동실에 아껴 두셨다가 다음 해 설 명절에 다니러 온 친척들에게 선물로 주셨답니다.
아직도 거짓말 같은 일이 몇 개 더 있지만 이런 것을 더 쓴다면 진짜 거짓말 잘한다고 하실 것 같아 거짓말 같은 진짜 이야기는 이것으로 마칠까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