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같은 진짜 이야기
거짓말 같은 진짜 이야기
나에게는 누구에게 이야기해도 “이 사람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이야기하는 기술을 가졌네.” 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도 한 가지가 아닌 세 가지씩이나 된다. 지금부터 한 가지씩 이야기해 볼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내가 스무 살 무렵이다. 우리 아버님은 남자가 머리를 기르는 것을 아주 싫어하셨다. 그때 남자들에게는 장발이었고 여자들에게는 미니스커트가 유행이었다. 경찰들은 미니스커트 단속과 장발 단속을 다녔고, 젊은이들은 단속을 피해 골목길로만 다니거나 아니면 낮엔 아예 밖에 다닐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나도 머리를 기르는 것을 좋아해서 기르고 다녔지만 조금만 기르면 아버님은 내 귀밑머리를 잡아끌고 동네에 있는 이발소로 데려가 머리를 깎으라고 이발소 주인에게 엄명을 내리시거나 아니면 직접 옆에서 보고 계시기에 이발소 주인아저씨는 "요즘 아이들 장발이 유행인데 그냥 내버려 두시지요." 하면 불호령이 떨어졌다. 괜히 나 때문에 애먼 아저씨가 야단맞는 것이 미안하고 싫었기에 방법은 아버지와 부딪히지 않는 것이 제일 좋았다.
중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한 나를 아버님은 아는 사람들을 통해 나중에 커서 밥이라도 벌어먹을 기술을 배우게 하셔서 몇 군데 직장생활을 하게 하셨다. 나는 집이 아무리 가까운 곳에 직장을 다니더라도 기숙사를 택했다. 그것은 아버님을 피해 마음껏 머리를 기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의 나를 보신 분들은 이해가 가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것은 지금 내 모습은 전대협(전국 대머리 연합회) 총무 정도 되는 헤어스타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나는 대머리란 말이다.
고향이 서울이면서 아버지를 피해 의정부를 지나 포천으로 가는 중간쯤에 송우리라는 곳에 초가팔리라는 동네가 있었다. 거기서 몇 년을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가을날 그 동네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의 내용은 그 동네엔 두 마지기 정도의 쌍둥이 저수지가 있었다. 어느 젊은 사람이 그곳에다가 우렁이를 양식하겠다고 정성을 한참 들이고 있을 가을쯤에 동네에 술을 지나치게 좋아하시는 분이 비틀거리며 오시더니 술안주가 필요하니 우렁이 몇 마리를 달라고 했다.
양식장 주인은 정성 들여 키워 내년쯤이면 시장에 내다 팔 계획을 하고 있을 때에 술에 만취한 사람이 와서 달라고 하니 당연히 주지 않으려고 옥신각신하더니 그만 싸움으로 번졌고 이 주태백이가 돌아가면서 "너 어디 그 우렁이 한 마리라도 파는가 보라."며 집으로 가서는 농약병을 가지고 와 쌍둥이 저수지에 한 개씩 던져 넣어 버렸다.
양식장 주인은 한껏 부풀어 있던 꿈이 깨졌다는 생각에 화가 나 그 사람을 낫으로 찔러 죽이는 사건으로 결국 양식장 주인은 살인죄로 진짜 우렁이 한 마리도 팔아보지 못하고 철창신세를 지고 말았고 동네 사람들은 쌍둥이 저수지 근처에는 재수 없다며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 얼음이 풀리고 개구리가 알을 낳을 즈음에 동네 아이들이 그 저수지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고 놀다가 우연치 않게 우렁이를 몇 마리씩 잡아 오는 것이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동네 사람들은 저마다 호기심에 우렁이를 잡아 왔고 급기야는 커다란 양동이를 가져와 물을 빼면서 우렁이를 잡기 시작했는데 어떤 사람은 양동이 몇 개에 수북이 잡아가는 것이었다. 그중에 나도 두 양동이 넘게 잡아와 막걸리 안주로 푸짐하게 먹었다.
동네 이장은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동네 사람들을 모아 그 쌍둥이 저수지를 본격적으로 물을 빼고 우렁이를 잡았는데 우렁이 양식을 하던 사람이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경운기를 가지고 와서 커다란 드럼통만 한 통에 몇 통을 잡아다 시장에 팔았다고 했다. 한참 잡던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이 농약병을 발견했는데 농약병은 뚜껑도 따지 않은 채였다고 했다
나중에 밝혀진 이야기지만 그곳에다 농약병을 던져 넣은 사람이 술이 얼마나 취했는지 농약병에 뚜껑도 따지 않고 던졌기에 다행히 우렁이들은 죽지 않고 살았고, 그것도 모르던 양식장 주인은 너무 놀라고 화가 나 성급하게 사람을 해치게 되었던 것이다.
동네 이장과 동네 사람들의 탄원으로 양식을 하던 젊은 사람은 일 년 정도의 형을 살고 나왔다는 소문을 들었다
얼마 후 나도 그 동네를 떠나왔지만 그렇게 많은 우렁이를 본 적이 없다.
몇 년 전 친구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포천으로 갔다 오던 중 그곳이 궁금하여 둘러보았다. 쌍 저수지는 간 곳이 없고 그곳에 아파트가 지어진 것을 보고 왔다.
내 기억 속에 남들에게 아무리 이야기해도 거짓말 같다는 이야기를 듣는 전설 같은 장소는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