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슬의 세계 2018. 2. 9. 13:02

poto by 도원 김민서

 

그 후

 

  지난 봄호가 배달된 날.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훑어보고 아내가 보라고 침대맡에 잘 놔두고 출근했다. 언제나 아람 문학지를 받으면 무슨 큰일을 해낸 것처럼 마음이 들뜨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날도 붕 뜬 마음으로 한참 일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대뜸 하는 말이 이 글의 상대가 누구냐는 것이다. 나는 영문을 몰라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책에 못난이 사랑이라는 글이 있는데 그 사랑의 대상이 누구냐는 것이었다. 나는 웃음이 났다. 이 사람아 내가 당신 말고 누가 있다고 생사람을 잡는가? 그리고 그 글이 책에 실려서 당신이 보게 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 책에 싣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당신도 아람회원이니 그 글에 달린 댓글을 보면 그 사랑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잘 알 거라며 아람 카페에 들어가 보라고 했다.

 

  사실 그 글은 올해 초 아람 문학 등단 식을 전후해서 지겹도록 글이 잘 써지지 않았었다. 그때의 심정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마음을 담아 쓴 것이었다. 그런데 아내는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글에 담은 줄 알았었는가 보다. 하하하

  그럼 나도 한용운 님과 같은 글쟁이가 됐는가 보다 한용운 님의 임의 침묵에 나타난 임은 사랑하는 연인이 아니라 잃어버린 조국을 지칭한 것이라고 배웠다.

그렇다면 내 글도 한용운 님의 글엔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약간의 뜻을 두고 쓴 글이 아니겠는가? 그럼 나름대로 성공작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못난이 사랑

 

    지슬 박경남

 

수렁 속 같은 곳을 헤매는

숨길 수 없는 사랑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를 앙다물고 참아보려 하지만

그럴수록 너의 신음 소리에

내 가슴은 무너진다.

 

“차라리”란 말을

수도 없이 되뇌어 보지만

그럴수록 더 깊이 파고드는 너의 목소리

 

다 체념하고 무너져 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그렇게도 하지 못하는 못난이 사랑

 

  엊그제 그토록 기다리던 아람 문학 여름호를 받았다.

그렇게 기다렸던 것은 여름호 수필 부분에 내가 당선됐다는 큰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매호마다 책 발간에 노심초사하시는 회장님께 감사드리며 우리 아람 문학 문우님들의 건필을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