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이년이 그년

지슬의 세계 2018. 2. 12. 12:28

이년이 그년

 

  수원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다음부터 수원시는 2030년까지 성안의 건축물을 헐고 30% 이상을 옛 모습 그대로 복원시킨다는 계획에 따라 팔달문 쪽의 상권을 시책으로 줄여나가고 있지만, 그전에는 젊은이들의 로데오 거리는 주로 팔달문 쪽에 있었다. 구도심을 중심으로 유흥가가 형성돼 있어 사람들은 장안문과 팔달문(수원 사람들은 팔달문을 남문으로 장안문을 북문으로 부른다.)쪽으로 많이 모였다.

 

  정조대왕은 화성을 건축하면서 화성의 중흥을 위하여 많은 사람이 모이려면 상업이 발달하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약용의 형제들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의 유명한 상인들을 불러 모으게 하고 사통팔달이 되어야 한다는 뜻에서 남쪽에 있는 문을 팔달문이라 이름 하였다는 말이 있다.

 

  오래간만에 찾아온 5월의 화창한 토요일 많은 차가 정체로 서행하고 있는데 유독 한군데 사람들이 몰려 무슨 일이 있는 것처럼 둘러서 있다. 틈으로 보니 젊은 아가씨 둘이서 서로 머리채를 잡고 싸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세상에 돈 안 주고 보는 것 중에 제일 재미있는 것이 싸움구경이라, 차를 세워 놓고 구경하고 있으려니 서로 악다구니를 치며 하는 소리가 남자친구 하나를 가지고 네 것이니 내 것이니 하며 대낮 번화한 길 한복판에서 싸우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에휴 무슨 연유인지 이건 아니라는 생각은 하였지만, 구경 한번 잘했다며 지나쳐왔다.

 

  얼마를 지난 토요일 아가씨 네 명을 태우고 우연치 않게 그 길을 지나게 되었다. 문득 그때의 일이 생각나기에 아가씨들에게 그때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런데 아가씨들은 박장대소하며 웃는다. 영문을 몰라 웬일이냐 물으니 아가씨들 한다는 소리가 아저씨도 그 광경을 보셨어요? 하며 자기들끼리 쳐다보며 숨넘어갈 듯 깔깔거리며 웃는다. 무슨 일이냐고 되물으니 한 아가씨 하는 말이 그때 싸운 년들이 이년하고 저년이에요 한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아니 그날 그렇게 싸우고 어떻게 이렇게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같이 다닐 수 있느냐고 했더니 우리는 화해했지요. 한다. 그럼 그때 무슨 일로 싸웠느냐고 연유를 물으니 아가씨 대답이 사내 녀석이 양다리 걸치고 있다가 들통이 났다는 것이다. 처음엔 자기는 모르는 일이었다고 발뺌을 하는 바람에 여자 친구들끼리 싸움을 하게 되고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남자 친구가 양다리 걸친 게 탄로가 나는 바람에 그 남자친구를 여자들 둘이 합세해서 물어뜯고 할퀴고 두들겨 패 주었다고 했다.

 

  사람 사는데 영원한 비밀도 영원한 우정도 없는 것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도 어느 때 엔 간 우정에 금이 가고, 아무도 모르게 한 일도 탄로가 나게 마련인가 보다. 특히 남녀관계에서는 좀 더 분명히 해야 하는 게 이치인 모양이다. 얘들아 양다리 걸치지 마라. 그러다 걸리면 죽는다.

 

  어느 따뜻한 봄날의 웃지 못 할 에피소드를 생각하면 입가엔 미소가 떠오른다. 하루하루 즐기며 살다 보면 인생사가 재미있다. 오늘도 웃으며 핸들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