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
가족여행
2012년 작년에는 우리 집에 많은 일이 있었다.
딸아이의 출산과 큰아들의 입대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큰아들의 입대를 며칠 앞둔 어느 날 사위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 얼마 안 있으면 큰 처남 입대도 있고 한데 가족여행 한번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아들 입대하기 전 무슨 이벤트 한번 했으면 좋겠다는 아내의 말도 있고 해서
선뜻 대답했다.
부랴부랴 어디로 갈 것인지를 물색하던 중 손자가 태어난 지 두 달도 채 안 된 시기라
멀리는 못 가고 서해안 가까이 깨끗한 팬션을 물색하여 예약하고 짐을 챙겨 출발했다.
마침 석양이 지고 있는 시간이라 해안으로 넘어가는 멋진 노을에 딸아이와 아내는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대고 손주를 안고 있는 나는 행복한 미소가 절로 나왔다.
아내와 딸은 쌀을 씻어 안치고 집에서 가지고 온 밑반찬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나와 사위는 고기 구울 숯불을 지피고 고기를 구웠다. 땀을 흘리며 고기 굽는 나와 사위에게
딸은 상추쌈을 싸서 내 입에 넣어주고 아내는 사위 입에 넣어주며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고기 굽는 냄새와 피어오르는 연기까지 우리 가족의 여행을 축복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서로가 바쁘다는 핑계로 한집에 살면서도 식사시간 한번 제대로 맞춰보지 못했었는데
이런 기회에 한 가족이 모처럼 야외에서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음이 감사했다.
우리 사위는 어머님이 20살 때 돌아가시는 바람에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홀로 외로이 지낸
기억이 있다고 했다. 입대도 친구도 없이 혼자서 훈련소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너무 무거워
눈물이 절로 났었다는 얘기와 처남이 입대한다니까 자기의 가슴 아팠던 마음을 처남에게는
물려주지 않고 나름 재미있게 해 주려는 마음에 이런 자리를 제안하게 되었다는 말을 덧붙인다.
아직은 어리다고 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씀씀이가 예뻤다.
식사를 마치고 아들들 둘은 설거지를 하고 우리는 과일을 먹으며 아이들 키워가며 즐거웠던 일
기뻤던 일 속상해서 울었던 일 등 많은 이야기로 밤새는 줄 모르고 정담을 나누었다.
옛 이야기하며 살날이 있을 거라는 어르신들의 말이 생각났다.
신기하리만치 냄새를 잘 맡는 아내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킁킁거리기에 보니 손주 녀석이
한바지게 똥을 싸 놓았다. 딸을 제치고 사위는 능숙한 솜씨로 손주의 엉덩이를 씻기고 기저귀를
채우는 것을 보니 가정적인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에 들었다.
화창하게 밝은 아침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온 가족이 함께 뒷산을 산책하며 구경하였다.
멀지 않은 곳이 바다여서 그런지 갈매기가 날아다니고 고깃배들이 왔다 갔다 하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철쭉꽃이 만발한 동산은 기분이 그래서인지 매우 아름다워 보였다.
새 사람이 들어오고 손자가 생기니 왠지 마음에 안정이 생기는 것 같다.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배려해 주고 사랑으로 하나 되는 가족이 되자는 다짐으로 즐거운 여행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