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이러시면 안 돼요.

지슬의 세계 2018. 2. 12. 12:46

이러시면 안 돼요.

 

  신신애 씨가 노래한 세상은 요지경이란 노래에 있듯이 세상은 참 요지경 속이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사는 게 인생이요 세상사인가 보다.

아무리 멋있게 옷을 입고 점잖아 보이는 사람도 술이 한잔 들어가면 이상하게 변해버리는 것은 술이 사람 몸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리라.

 

  밤이 깊어 갈수록 길거리에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이 많아진다.

유독 술 취한 사람을 태우지 않으려는 택시 기사들은 곡예운전을 하면서까지 술 취한 사람을 피해 다닌다. 전에도 이야기했듯이 나는 여태껏 사람을 가리지 않고 태우기에 별의별 사람들을 다 태우는데 하루는 양복을 멀끔히 입고 점잖게 생긴 신사기 차를 세운다.

  손님이 차에 오르기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기에 술에 취해 문고리를 붙들고 씨름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차에 타자마자 횡설수설하는 게 보통 취한 게 아니었다.

  술에 만취가 된 손님들은 대부분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잠을 자기에 항상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검색하고 출발하는 게 중간에 집을 찾지 못해서 애를 먹이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그 손님도 목적지를 물어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뭔가가 앞창 쪽으로 휙 하니 날아왔다. 뭔가 하고 찾아보니 양말을 벗어서 던진 것이었다. 조금 있으니 한 짝의 양말이 또 날아왔다. 별난 사람도 다 있구나 하고 운전을 하고 가다 보니 이번에는 양복을 벗어서 앞 의자에 턱 하니 걸쳐놓는다. 별사람도 다 보겠다 술에 취하니까 몸에서 열이 나니까 양복하고 양말을 벗었으려니 하고 생각하고 있으니 이번에는 바지를 벗어서 걸쳐 놓는다.

  이 양반이 아마도 자기 집인 줄 알고 그런가 하고 "손님 여기는 택시 안입니다. 이러시면 안 돼지요.” 했더니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알고 있어 걱정하지 마! 내가 다 알아서 할 거니까 까불지 말고 가만히 있어.” 한다. 그러더니 이제는 와이셔츠에 넥타이까지 풀어 던진다. 나는 다시 “손님 여기는 택시라고요. 댁이 아니에요. 이렇게 옷을 다 벗으시면 어떻게 하십니까?” 하니 그때야 정신이 드는지 “아이쿠 죄송합니다. 제가 술이 너무 취했나 봅니다. 하며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목적지에 도착한 이 손님 택시 안을 두리번거리더니 “기사 선생님 제 구두 못 봤습니까?” 한다. 아뿔싸, 아까 차에 탈 때 조금 지체했던 것이 구두를 벗고 타는 바람에 그랬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신사 분은 양복에 넥타이까지 매고 신발을 벗은 채 집으로 향했다. 아마 집에 가서 마나님한테 된통 혼쭐이 났겠지?

세상은 참 요지경 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