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싸움
기 싸움
한 주 만에 보는 딸아이 내외건만, 오기만 하면 집안이 분주해진다.
손주를 안아 보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쟁탈전이 벌어진다.
그런데 오늘은 엄마 아빠 따라다니느라 피곤했는지 잠자고 있다.
아이를 침대에 누이고 사위와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손주 울음 떼가 장난이 아니라고 한다.
모유 끓기에서 참패? 를 당한 울 손주
울음 떼로 또다시 엄마와 기 싸움을 벌이고 있나 보다.
자고 일어나 칭얼대는 손주를 달래다 안고 나와서 제 아빠 보여주니 쌩끗 웃는다.
밥 먹을 준비 하느라 분주한데 물을 달라기에 컵에다 갖다 주었더니 아니란다.
뽀로로 컵에다 보리차를 갖다 주니 집어 던지고 발을 동동거리며 울음 떼를 부린다.
어미는 “앉아서 실컷 울어라” 하고 울음 그치면 엄마한테 오라고 돌아선다.
“울음 그치고 엄마 말에 대답해야 안아 줄 거야”
“찬효가 울음 그칠 때까지 엄만 기다릴 거야”
엄마를 이겨 보겠다고 할머니와 할아버지, 제 아빠의 눈치를 보면서 목놓아 울고 있다.
할머니가 안아주려니 싫다고 뿌리친다. 딸아이도 말귀 다 알아들으니 그냥 내버려 두란다.
저를 편드는 사람이 있으면 버릇 나빠진다나?
딸아이도 작정했나 보다.
에고 어쩌나 내 자식 키우면서 그렇게 해보기는 했는데 손주가 우니까 마음이 짠하다.
그렇게 30분 정도 울다 저를 편들어 주는 사람이 없으니 슬그머니 일어나 제 엄마 곁으로 다가가 팔을 벌린다.
“또 엄마 말 안 듣고 떼쓰고 심술부릴 거야? 이젠 엄마 말 잘 들을 거지? 대답해 봐 하니
그때서야 “느예~” 한다.
어미가 안아주니 서러웠는지 흑흑 흐느끼면서도 목을 끌어안는다.
“이젠 할머니한테 ‘씻겨 주세요.’ 하고 나와서 밥 먹자”
하니 “네” 하고 할머니 손 붙들고 욕실로 향한다.
육아 교육을 전공했다고 큰소리치던 딸아이도 제 자식 키우기는 힘든가 보다.
‘참을 忍’ 자를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에 새긴다나?
공부하는 것보다 제 마음 다스리기가 더 힘들단다.
그렇게 기 싸움은 서서히 어미 편의 승리로 기울어 가고 있다.
찬효야, 이 시기가 얼른 지나가야지 그래야 예쁜 손주, 듬직한 아들이 되는 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