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시 한편

수원문학 초대시 그대 생의 솔숲에서 김용택

지슬의 세계 2018. 7. 30. 03:20

그대 생의 솔숲에서

 

김용택

 

나도 봄산에서는

나를 버릴 수 있으리

솔이파리들이 가만히 이 세상에 내리고

상수리나무 묵은 잎은 저만큼 지네

봄이 오는 이 숲에서는

지난날들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으리

그러면 지나온 날들처럼

남은 생도 벅차리

봄이 오는 이 솔 숲에서

무엇을 내 손에 쥐고

무엇을 내 마음 가장자리에 잡아두리

솔숲 끝으로 해맑은 햇살 찾아오고

박새들은 솔가지에서 솔가지로 가벼이 내리네

삶의 근심과 고단함에서 돌아와 거니는 숲이여 거기 이는 바람이여

찬 서리 내린 실가지 끝에서

눈뜨리

눈을 뜨리

그대는 저 수많은 새 잎사귀들처럼 푸르른 눈을 뜨리

그대 생의 이 고요한 솔숲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