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처로움

지슬의 세계 2018. 8. 16. 21:59

애처로움

 

지슬 박경남

 

긴 꿈을 꾸고 있었다.

 

천진스러운 아이의 손을 잡고

때로는 젖은 기저귀를

빼 줄 생각도 없이

울며 보채는 아이를 업고

동네 어귀를 서성이던

마치 생시에 그랬던 것처럼

손에서는 지린내가 난다.

 

삼촌, 엄마가 오래

숨을 헐떡이면서도 아이는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나 보다.

안돼 엄마한테 삼촌이 가지 말랬다고 그래

데려가기만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아이는 엄마를 따라갔다.

 

꿈을 깨어 보니

아이는 아직 자고 있었다.

 

시작 memo

이 시는 암으로 투병하다 쉰 셌에 천국으로 떠난 조카딸을 생각하며 마음에 두었던 것을 글로 옮겨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