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살구나무

지슬의 세계 2012. 7. 3. 14:12

살구나무

                      박경남

 

지친 몸 끌고

하나 둘 찾아든 보금자리

작열하는 백열등 아래

마지막 향연이 될 만찬

먹음직한 살구

달큼한 맛이

침을 고이게 하지만

그 맛을 모르겠다.

내년에도 이 맛을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올해도 어김없이

나는 꽃을 피우고

시큼한 열매를 맺었건만

찾는 이가 없다.

여름은 익어 가는데

나를 어루만져줄 이 없어

나는 떨어지고

내가 나를 먹으니 개가 되었다.

빛 좋은 개살구

 

 

詩作note

퉁수바위 공원을 조성하기 위하여 철거민들이 떠난 자리에 우악스러운 손길 피해 살아남은 살구나무.

굴착기의 삽날에 가지는 찢기고 줄기엔 커다란 상처를 안고 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살구꽃은 피고 열매가 달려 있건만 찾는 사람이 없다. 주황색으로 잘 익은 먹음직한 살구를 몇 알 따서 살구를 좋아하시는 어머님께 갖다 드렸더니 시어서 못 먹겠다고 하셨다. 사람들이 가꾸지 않아서 개살구가 되었나 보다 하신다.

사람들의 손에 많은 환경이 파괴되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 제구실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살구나무도 이름이 있다고 한다. 보리 벨 때 쯤 먹을 수 있는 것은 보리 살구, 밀을 벨 때 먹을 수 있는 살구는 밀 살구라고 한다. 보리보다 조금 늦게 벨 수 있는 것이 밀이라고 한다.

철거민들이 즐겼을 살구를 생각하며...

출처 : 아람문학, 시인과 비둘기
글쓴이 : 박경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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