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 떼 지슬 박경남 벌 떼 새 떼 양 떼 말 떼 소 떼 사람 떼 모두가 같은 떼 일까? 미움이 없고 다툼이 없고 전쟁이 없는 사랑이 있고 화해가 있고 용서가 있는 그런 떼가 되기 위하여 시 2021.02.25
고사목(枯死木) 고사목(枯死木) 지슬 박경남 네 어찌 무슨 죄를 지었기에 푸른 빛 하나 없이 서 있는고 하늘 바라보는 앙상한 뼈마디 애절한 마음 담을 곳없어 너를 찾아 깃들 멧새 하나 없는게 더욱 가슴을 저미게 하는구나 시 2021.02.24
쳐 먹으세요 쳐 먹으세요 지슬 박경남 배가 고팟다. 근처에 자주가는 식당을 찾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여서인지 식당 문은 굳게 닫혀 있다. 할 수 없어 시장안을 어슬렁 거린다 마치 암사자가 먹이를 아이콘택하는 것처럼 드디어 찾았다 하얀 김이 풍성하게 올라오는 국밥집 자리잡고 앉아 음식을 주문한다. 맛이 왜이래? 싱겁고 냄새가 난다 그제서야 주인이 말을 건다 소금 넣고 후추 쳐 넣으란다. 우~ 어째 말하는 것이 좀 더 교양있는 말은 없을까? 하긴 넣어 먹고 쳐 먹으라는 말 밖에 시 2021.02.23
계절의 시작 계절의 시작 지슬 박경남 계절의 시작은 봄이 아니라 겨울이다 굵고 가는 가지 하나하나가 엉글고 시린 손끝에서 그려지고 밑그림처럼 그려진 하늘아래 노랑, 파랑, 초록, 빨강의 원색들이 점점히 붙여지고 옷입으면 먼셀의 색상표를 모른다 하여도 아! 계절이 변하고 있구나. 머리로 읽고 몸으로 느낀다. 시 2021.02.23
낚시에 대한 소회 낚시에 대한 소회 지슬 박경남 내가 붕어를 처음 본 것이 어릴 적 장맛비가 줄기차게 내리다 잠시 멈추었을 무렵 작은 아버지의 불호령이 무서워 집 앞 개울에서 족대질 할 때 허연 배를 드러내고 팔딱이는 살려고 몸부림치는 붕어일 것이다. 이웃 이발소 집 아저씨 따라 동두천 개울에서 낚시를 드리울 때 낚싯대 끝이 파르르 떨리는 순간 낚아챈 손끝 저 너머에서 한 생명의 발버둥이 전해져 왔다 손맛이란 이런 거구나 잊을 수 없는 그 맛 사촌동생들과 의기 투합하여 고잔저수지로 낚시를 갔을 때 낚싯대를 펼쳐놓고 하나씩 미끼를 끼울 때 보였던 낚싯대 끝의 움직임 털퍼덕 앉아 있던 나를 잊은채 낚싯대를 잡아챈 순간 나는 악소리를 내며 좌대를 뒹굴었다 낚싯대 끝이 나의 불알을 호되게 꾸짖는다 나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동생 .. 시 2021.01.05
벽화-담쟁이 덩쿨 벽화-담쟁이 덩쿨 지슬 박경남 거칠게 말라 생명의 끼라곤 없이 손에 쥐면 바스라질 것 같은 네게 계절이라는 붓으로 연둣빛 물감을 칠한다. 굵고 가는 농담을 섞어 알 듯 말 듯 한 꽃도 그려 넣으니 그것도 꽃이라고 벌 나비 날아드는구나. 그렇다 계절이라는 붓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 시 2020.03.08
봄까치꽃 봄까치꽃 지슬 박경남 세상에 많고 많은 이름 중 붙일 이름이 없어 개불알꽃이더냐 어떤 놈이 이름을 그리 남세스레 지었단 말이더냐 채 녹지 않은 얼음장에 피어나 고운 비단에 새겨진 꽃같이 예쁜 너를 봄까치꽃이라 명하노라 ******* 우리 식물들은 대부분 여러 개의 이름을 갖고 있다. .. 시 2020.03.08
100일 100일 지슬 박경남 겨울인 것 같으면서 겨울이 아닌, 그렇다고 봄인 것 같으면서도 봄이 아닌, 제5의 계절인 것 같은 날에 빗줄기 구성진 게, 마치 내 마음인 양 가슴을 파고들어 온다.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세상 행여나 잘못되지 않을까? 마음 졸일 날이 얼마였을지 모를 날들에 한창 피어.. 시 2020.03.01
막차 지나간 선로 막차 지나간 선로 지슬 박경남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후회 없이 돌아보지 않고 사라진다. 바람은 따라가려다 멈추어 서고 남겨진 공허만이 무엇을 말하는 듯 어둠 속에서 귓전을 울리고 있다 껌뻑이는 불빛은 남겨진 발자국을 돌아오지 않을 곳으로 안내한다. 무엇을 얻으려 다가가는 영.. 시 2020.02.22
겨울 산 겨울 산 지슬 박경남 네가 옷을 벗을 때 추운 겨울 눈보라를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생각하다 그만 추위에 떨고 있을 네가 불쌍해 눈물을 보일 뻔했어.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네 발밑에 모여 있는 자식 같은 네 옷이 있었어. 쌩쌩 칼바람 부는 날 네 옷이 흐트러질 때 나는 눈물을 훔쳤지만.. 시 2020.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