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
지슬 박경남
네가 옷을 벗을 때
추운 겨울 눈보라를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생각하다 그만
추위에 떨고 있을 네가
불쌍해 눈물을 보일 뻔했어.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네 발밑에 모여 있는
자식 같은 네 옷이 있었어.
쌩쌩 칼바람 부는 날
네 옷이 흐트러질 때
나는 눈물을 훔쳤지만
그때서야 나는 깨달았어.
네가 옷을 벗은 건
보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보여 주려 한 깊은 배려였다는 것
한 올도 남아 있지 않은 그 사이로
네 찬란한 빛을 보았던 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