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란정

[스크랩] 송금했어요^^

지슬의 세계 2015. 1. 31. 12:59

송금했어요.^^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떤 때는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할 때가 있다.

나 자신도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지갑을 빼놓고 다닐 때가 있다.

일을 하다 보면 손님들이 지갑을 안 가지고 나왔다고 계좌 번호를 적어주면 틀림없이 요금을 입금해 주겠노라 찰떡같이 약속해서 적어주면 내리자마자 길에 던져버리는 비양심적이고 상습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에게는 당장에는 기분 나쁘고 괘씸한 생각도 들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돈이 없다는데 할 수 없이 계좌 번호를 적어주기는 하지만 받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솔직히 속이 편하다.

요즘은 손님이 워낙에 없기에 합승이라고는 생각도 못 한다. 택시 영업이 잘될 때에는 합승이 잘돼서 똑같은 거리를 영업해도 수입이 더 좋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날은 웬일인지 합승을 몇 번이나 해서 기분이 좋았다. 어린 남학생을 태우고 가는데 몸집 좋은 아주머니가 빈 차인 줄 아시고 차를 세운다. 목적지를 물어보니 같은 방향이어서 합승을 해서 가는데, 이 아주머니 갑자기 이걸 어쩌나 하며 옷을 갈아입고 나오다 보니 깜빡하고 지갑을 안 챙겨서 나왔다며 계좌 번호를 적어 달라고 했다. 아직 목적지도 멀고 한데 이 아주머니 완전 상습범 같아 보여 은근히 짜증이 났다. 그래도 학생에게는 요금을 받을 수 있기에 이것도 좋은 일이겠다는 순전한 마음이 들어 속는 셈 치고 계좌 번호와 전화번호를 적어 주었다. 이 아주머니 내일 꼭 송금할 테니 확인해 보시라고 몇 번을 이야기하고는 차에서 내려 종종걸음 치며 사라져갔다.

  다음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은행 갈 일도 있고 해서 통장을 찍어 보니 역시나 송금이 안 되었다.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어서 또 속았구나 하는 서운한 마음은 들었어도 몇 번을 당한 터라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두 달 후 어느 날 통장에 낯선 이름으로 삼만 원이 입금된 것을 발견하였다. 아내에게 누가 내 통장에 돈을 입금했다며 당신이 받을 돈이 있었냐고 물어도 아니라고,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렇게 궁금증을 가지고 있을 때 웬 낯선 번호의 전화가 걸려 왔다. 요새는 세상이 하도 험악해서 이상한 전화를 받지 않는다. 몇 번의 똑같은 번호의 전화가 몇 번이 오기에 의아한 마음에 전화를 받았다. 몇 달 전 아저씨 택시를 타고 돈이 없어서 그냥 내렸던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자기가 중국여행을 갔다 와서 깜빡하고 있다가 가방을 정리하려고 보니 계좌번호와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지가 있어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저씨한테 송금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다가 생각이 나서 송금했다면서 죄송한 마음 사과도 드릴 겸해서 전화했다고 한다. 요금보다 많은 금액을 임금 하셨다고 하니 얼마나 아저씨 마음이 상하였을까를 생각하니 요금만 송금하는 것보다 조금 더해서 기분이라도 푸시라는 의미에서 약간의 소줏값을 더 얻어서 입금했다고 했다.

 

  그래, 이 세상은 악한 사람들보단 그래도 착하고 남을 생각해주는 사람이 더 많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편해졌다. 사람이 돈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정으로 사는 세상에 너무 각박하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

출처 : 석란정
글쓴이 : 박경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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