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란정

[스크랩] 사이코패스

지슬의 세계 2015. 1. 31. 14:06

사이코패스

 

  수원은 사통팔달이어서 교통량을 측정하기가 정말 힘들다. 오죽했으면 수원의 교통량은 귀신도 모른다고 할 정도로 들쭉날쭉하여 특히 토요일이나 명절 때는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택시기사들은 기본요금 정도의 승객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손님은 기다린 시간에 비해 너무 짧은 거리는 돈이 안 되기에 맥 빠지기 때문이다.

 

  가을 햇살이 따끈하게 정수리에 내리쬐는 토요일 오후. 한 쌍의 젊은 커플이 세류역에서 차에 올랐다.

아가씨는 뭐가 좋아서인지 생글거리고 남자 친구는 떨떠름한 표정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디로 모실까요?” “아저씨 권선동 000 아파트로 가주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오늘은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차가 많이 밀리네요.” 아가씨는 동네 지리를 잘 안다는 듯 저쪽 골목으로 해서 가면 안 밀리니까 그쪽으로 가자고 안내를 한다. 밀리는 길에서 골목으로 잘못 들어갔다가는 도리어 차가 서로 엉켜버리면 빼도 박도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우리 같은 사람은 잘 알고 있기에 그냥 대로로 가기를 권했으나 이 아가씨는 발끈해서 손님이 가자면 가는 거지 뭔 말이 그렇게 많으냐며 핀잔을 준다. 하는 수 없이 골목길로 가려고 막 들어서는데 아니나 다를까 차들이 엉켜서 난리가 났다. 서로가 자기가 먼저 들어 왔다고 상대방더러 차를 빼라고 소리 지르며 싸움이 났고 사람들은 구경이라도 난 것처럼 몰려들었다.

 

  한참을 오도 가도 못하고 있는 사이에 미터기는 시간만 되면 신이 나서 올라가고 있다. 한참을 그렇게 막혀있던 길을 가까스로 빠져나와 목적지에 도착하니 8,000원이 넘게 나왔다. 아가씨는 아저씨가 길을 잘못 들어서 요금이 많이 나왔으니 이 요금을 못 주겠다며 항상 기본요금으로 타고 다녔다고 돈 3,000원을 차에 던지듯 뿌려고 내렸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내가 골목길로 가면 더 막힐지 모르니까 큰길로 가는 것이 낮겠다고 했더니 아가씨가 뭐라고 했느냐며 옥신각신 다툼이 일어났다. 그러는 가운데 남자 친구가 슬며시 내게 5,000원을 주면서 “아저씨 죄송합니다. 제가 돈을 드릴 테니 그냥 가세요.” 한다. 그러는 사이 이 아가씨, 남자 친구가 돈을 주는 것을 봤는지 쫓아와서 왜 돈을 주느냐며 아껴야 잘 사는데 그렇게 돈을 헤프게 쓰면은 어떻게 하느냐고 남자 친구에게 앙칼지게 쏘아붙인다. 남자친구는 화가 났는지 “이젠 더는 참지 못하겠어. 여기서 헤어지자. 나 너 때문에 피곤하고 힘들어서 더는 너와 사귈 수 없어” 하며 다시 차에 타더니 수원역으로 가자고 한다. 얼떨결에 아가씨도 따라서 타면서 하는 말이 자가가 뭘 잘못했느냐고 따진다. 남자 친구는 너하고 같이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과 안 싸운 날이 언제 한 번이라도 있었느냐 아까 점심 먹던 식당에서도 싸우고 돈도 안 내고 나왔지 않느냐고 말한다. 아가씨, 하는 말은 음식에서 파리가 나왔는데 왜 그런 음식을 먹고 돈을 내야 하느냐고 도리어 큰 소리다. 남자친구는 그 파리는 네가 잡아서 실컷 먹고 남은 음식에 넣어 놓고는 음식값 안 내려고 수작을 부렸으면서 뭔 말이냐고 대응을 한다. 그러면서 이제껏 있었던 것은 없는 걸로 하자고 하며 절교를 선언했다. 그랬더니 아가씨 알았다고 하면서 주행 중인 차 문을 열더니 그냥 내리려 하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차를 세우며 무슨 짓이냐며 나도 화가 나서 한마디 했다. 아가씨가 내리고 차는 수원역으로 가면서 그 남자 친구 하는 말이 정말 가관이었다. 실컷 음식 먹고 음식값 안 내려고 별 트집을 다 잡아 경찰을 부른 게 한두 번이 아니고 술집이나 클럽에 가서도 그냥 나오는 예가 없었다며 완전 사이코패스 같은 여자라고 하소연했다.

 

  에고 딸 하나에 아들 둘을 둔 나는 어떤 아가씨가 며느리로 들어올지 걱정이 앞선다. 저런 아가씨가 들어온다면 집안은 꼴이 안 될 텐데 하는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진다. 아무리 아껴야 잘 산다고 하지만 어디 가서나 싸움닭처럼 산다면 그게 사는 것일까? 또 내 아들들은 그래도 순진하고 착한데 후 둘리며 살 것을 생각하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아들들아 너희는 착실히 교회 다니면서 믿음이 같은 아가씨 만나 행복하게 살려무나.

출처 : 석란정
글쓴이 : 지슬/박경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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