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붉은 접시꽃
지슬 박경남
한바탕 장맛비가
휩쓸고 지난 자리에
장대 같은 키
버티지 못하고
비스듬히 누어버린
돌아보는 사람 없어도
물기 머금은 맑은 미소에
흐트러뜨리지 않는 아름다움
문 두드리는 조용히 바람이
안부를 물을라치면
꽃 피울 수 있는
힘이 남아 있어 괜찮다며
살며시 가슴에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