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소름 돋는 이야기.

지슬의 세계 2018. 2. 8. 00:13

소름 돋는 이야기.

 

  바쁜 세상을 살다 보니 젊은 사람들이 아이들 양육을 위하여 여간 애를 먹는 게 아닌 것 같다.

옛날 같으면 모든 아이를 보살피는 것은 친할머니들의 몫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지금은 아이들 돌보는 것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손자녀들을 데리고 다니는 젊은 할머니? 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이 외할머니들이다.

나는 가끔 그런 할머니들한테 늙어 죽어 제삿밥도 못 얻어먹을 텐데 외손자녀들을 돌봐줘서 뭐하느냐고 투박을 떨어 보지만 나조차도 외손자에게 빠져 손자 바보가 된 지도 벌써 3년이 되었다.

 

  오늘은 찬효가 제 어미를 따라와서 김장을 돕는다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제 얼굴만큼이나 큰 무를 들고 다니는 모양이 여간 귀엽지 않았다.

잠깐 쉬는 틈을 타서 사과를 먹으며 막내아들이 찬효에게 묻는다. “찬효야, 삼촌이 좋아 하쁘가 좋아?” 찬효는 내 눈치를 살피더니 하는 말 응~~ 하쁘가 좋아하더니 조금 있더니 가 아니고 삼촌이 더 좋아한다. “어이쿠, 손주 녀석한테 한 방 먹었구나.” 하며 한바탕 웃고 나는 일을 하러 나왔다.

 

  몇 년 전 일이 생각났다.

사람들은 김장해야 한다고 분주하게 다니고 있었던 때였으니 아마 이맘때쯤 되는 것 같았다.

백일 남짓 된 아기를 퍼대기에다 정성 들여 싸맨 젊은 할머니가 차에 올랐다.

여인의 나이를 가늠해 보니 거반 내 또래 될 것 같았다. 그렇다면 아이의 할머니 정도 되겠다. 싶어 친손주인가? 외손주인가 하며 말을 걸었다. 뜻밖에도 여인의 말은 자기 아들이라고 했다.

믿어지지 않아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는데 그런 아들이 있느냐고 반문을 했더니 여인의 말이 이야기하면 길어요.” 한다. 궁금한 게 있으면 못 참는 성미라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사연을 들을 수 있을까요?” 했더니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자신의 나이는 올해로 딱 60세이고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33살 되던 재작년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아들의 죽음에 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자신도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식음을 전폐하고 죽을 것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죽은 아들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게 나타나더니 엄마 난 다시 태어날 거야 그러니까 엄마는 건강해야해하더니 감쪽같이 사라지더란다. 이게 무슨 해괴한 일이란 말인가? 생각하며 이젠 내가 죽을 때가 되니 헛것이 보이나? 보다 내가 몇 살이고 또 아기를 낳을 수 있는 몸도 아닌 경수가 끊어진 지도 벌써 7~8년 되었는데 어떻게 아기를 낳을 수 있단 말인가?” 하며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고 했다.

 

  아마 죽은 아들 생각을 너무 깊게 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나 보다 하며 지내던 중 몸이 이상해지더니 어느 날 하혈을 하더란다. “, 이렇게 나도 내 아들을 따라가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병원엘 갔더니 산부인과에 가보라고 했지만, “에이 이렇게 살다가 죽으면 내 아들 빨리 보고 좋지 뭐하는 마음에 산부인과엔 가보지 않고 있었더니 하혈이 멈추었다고 했다. 이상하기는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몇 달을 그렇게 하혈을 하며 지냈었는데, 어느 날부터인지 몸이 마치 첫 애를 임신했을 때처럼 이상해져 병원엘 갔더니 이게 웬일? 임신이라고 했단다. 그럼 몇 달 전부터 하혈했던 게 생리였단 말인가? 하며 의사에게 물어보니 경수가 끊긴 지 1~2년 사이에 다시 하는 경우는 가끔 있어도 이렇게 7~8년 지난 사람이 생리하는 것은 거의 없다고 했다. 그것도 임신으로 이어진 경우는 산부인과 사례에 보고된 적이 없다고 했다. 여인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죽은 아들이 나타나서 자기는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고 했다.

 

  열 달을 조심조심 잘 키워서 낳고 보니 정말 죽은 아들과 몸무게와 키가 똑같은 아기가 태어났고 하는 짓도 죽은 아들과 너무 똑같아 어느 때는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할 때가 있다고 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여인의 희망이었던 하나밖에 없던 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죽고 나니 어머니의 애달픈 마음이 하늘에 닿은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 할머니 같은 엄마가 어떻게 키울 것인가는 차지하고서라도 저 아기가 엄마의 소원대로 무탈하게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 기도가 저절로 나왔다.

아마 그 아이가 우리 찬효만큼 컸을 테니 얼마나 재롱이 많을까? 생각하며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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