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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가꾸기

지슬의 세계 2018. 2. 9. 04:01

텃밭을 가꾸며 운동하고 나오는 길에 텃밭을 손질하고 시금치를 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에부터 마음은 있었지만 뭔 일들이 그리 많이 생기는지 차일피일 미루던 일을 하기로 하였지요.

종묘상에 들러서 씨앗을 사고 밑거름할 발효퇴비를 샀습니다. 파같이 생긴 묘목이 있어서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양파라고 했습니다. 어떤 상황 조건에서 자라는 것을 물었더니 햇볕이 잘 드는 곳이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 텃밭은 건물들에 쌓여 있어서 햇볕이 두어 시간밖에 들지 않아 작물들이 웃자라는 형편이었지만 장난삼아 몇 포기 사겠다고 했더니 주인은 괜히 돈 들여 사다가 먹지도 못할 바에는 사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자기 물건 팔아먹으려는 파렴치한 사람 같지 않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부지런하신 어머님이 벌써 가을걷이를 하고 남은 고춧대와 가지 대를 뽑아내고 가위로 잘게 잘라 밭에 고루 뿌려 놓으면 그것도 거름이 되겠지 하며 손이 아프도록 가위질을 했습니다. 사가지고 온 거름을 뿌리고 삽으로 땅을 파 엎었습니다. 워낙 묵은 밭이어서인지 사람들이 다 버린 항아리 깨진 것들이 많아 걷어 내느라 시간이 오래 걸려 허리도 아팠지만 내 식구들의 먹을거리를 내 손으로 키운다는 생각이 나를 즐겁게 했습니다.

어머님이 옆에서 옛날이야기를 해 주시며 장단을 맞춰 주시니 한결 힘이 덜 드는 것 같았습니다. 어둑해져 가는 시간이었지만 밭을 고루 정리해서 씨 뿌릴 이랑을 만들어 조심스레 씨를 뿌려봤습니다. 옛날에 해보기는 했지만 씨 뿌리는 것도 기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어떤 곳은 씨가 뭉텅이로 떨어지고 어떤 곳은 뿌린 것 같았는데 떨어지지 않은 곳이 보였습니다. 많이 떨어진 곳의 씨앗을 주어 다 다시 뿌렸더니 어머님이 옆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옛날 어머님 어렸을 때 보면 어떤 사람은 씨를 뿌리면 잘 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아무리 정성 들여 심어도 안 되는 사람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시면서 외할머니가 심으시는 밭에는 외할아버지가 심으신 밭보다 소출이 많았다고 추억하셨습니다. 옛 어르신 말씀처럼 코앞이 안 보일 때까지 밭을 겨우 일구어 일을 마쳤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니 허리도 아프고 가위질 한 손에 물집이 잡혀 쓰라렸어도 또 하나의 열매를 기다리는 마음엔 즐거움이 넘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