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이 말하는 좋은 시
우리는 글을 쓰면서 가끔은 내가 과연 어떤 시를 쓰는가? 또는 제대로 된 시를 쓰는가? 혼동될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시인들은 시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시가 좋은 시인가? 를 알아보는 것도 우리들의 글쓰기에는 좋은 자료가 될 것입니다
그리하기에 시인들이 말하는 좋은 시란 어떤 것인가를 시리즈로 올려 보고자 합니다.
1. 에즈라 파운드(Ezra Pound)가 말하는 좋은 시
에즈라 파운드는 시의 요소를 ‘센스, 사운드, 이미지, 톤’ 네 가지로 설명하였다.
첫째 ‘센스(sense)’는 지적인 감각, 상투적인 감각이 아닌 참신한 감각을 말한다. 독자들의
이해력이 요청되는 까닭에 더러는 난해하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둘째 ‘사운드(sound)’는 음악성을 말한다. 시의 표현 재료는 언어인데, 음악성을 띤 언어라야 시어가 된다.
언어의 음악성, 곧 운율은 독자에게 예술적인 흥분과 쾌감을 주는데 외형률보다는 미묘한 내재율에
현대시의 묘미가 있다.
셋째 ‘이미지(image)’는 심상 또는 영상, 형상 등으로, 시를 읽어 가는 동안 우리의 마음속에 그려지는 그림을 말한다.
대체로 비유로써 형성되는데 직유와 은유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미지를 표현할 때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비밀 암호 같은 비유를 써서는 곤란하다.
넷째 ‘톤(tone)’은 어떠한 자세로 인생 또는 세계를 보는가, 어떠한 어조로 말하는가를 뜻한다.
이러한 현대시의 네 가지 요소 ― 센스, 사운드, 이미지, 톤을 고루 조화시킨 그러한 시를
훌륭한 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 박태일 시인이 말하는 좋은 시
좋은 시와 나쁜 시를 결정짓는 취향의 요건은 단순하지 않다.
그것은 시 자체에서 오는 것 못지않게 시 바깥에도 있다. 각 급 학교 문학교육, 등단방법, 문학상과 같은
다양한 인정기제나 제도적 틀, 대중매체, 또는 인맥, 학맥, 지맥, 판매지수나 기호도 순위 등이
그 내면화의 세부를 이룬다. 이른바 시의 역장(力場)이다.
고급 시와 대중시 그리고 교양시의 세 가지 역장이 있는데, 이 셋은 서로 다른 시적 취향과 목표를 겨냥한다.
좋은 시인가 나쁜 시인가 하는 잣대와 조건은 이 역장 안에서 다시 나뉠 수밖에 없다.
첫째, 좋은 시는 좋은 시인으로부터 말미암는다. 시인을 바라보는 눈길에는 크게 둘이 있는데,
심리적 시인관과 사회적 시인관이다. 심리적 시인관이란 시인 안쪽에 시인이 됨직한 특질을
갖추고 있다고 보는 생각이다. 사회적 시인관은 시인은 여느 사람과 다름없지만 시 창작 수련과 발표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이를 뜻한다.
우리 근대시사에서 좋은 시인으로 일컬어지는 이들은 그 삶에서 흔히 특별한 면모를 지닌다.
따라서 심리적 시인관들 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좋은 시인은 끊임없이 시와, 언어와 다투는 이다.
둘째, 시는 언어 관습 가운데 하나이며 언어의 특이성과 가능성을 극대화하려는 갈래다.
따라서 좋은 시는 언어의 진폭이 넓고, 다채롭게 그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런데 언어는 자민족 중심적이다.
언어 활용의 가능성이란 바로 민족어의 가능성과 다르지 않다. 즉, 좋은 시는 전통을 따르면서도
그것을 더욱 변화, 발전시킨 경우다.
셋째, 표현에서 볼 때, 시는 무엇보다 언어의 긴밀성을 요구한다. 따라서 수필이나 소설과 달리
압축과 생략을 바탕으로 삼는다. 이것이 뜻하는 궁극적인 자리는 반복불가능성, 곧 다르게 씌어질 수 없는
상태에 이른 표현이 그것이다.
넷째, 작품 내용에서 볼 때, 낯설게 하기란 개념이 있다. 이것은 단순히 형식적 일탈에 붙인 이름이 아니다.
손쉽게 이를 수 있는 생각이나 느낌, 이미 타자에 의해 만들어진 기지의 세계를 겨냥한 시는 좋은 작품이 되기 힘들다.
손쉬운 고정관념으로부터 매몰차게 등을 돌리고 서려는 작품이 좋은 시라 할 수 있다.
다섯째, 독자 쪽에서 볼 때, 늘여서 읽기 어려운 시, 뻔하고 빤하지 않아 한 번에 쉽게 뜻이 잡히지 않은 시,
그것이 무엇인가를 거듭 고심하게 만드는 힘이 큰 작품이 좋은 시일 가능성이 높다.
적게 말하면서 많은 생각과 느낌을 일깨우고자 하는 역설적 갈래가 시다. 좋은 시란 바로 이렇듯
독자들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고, 그들을 작품 안에 묶어두는 힘이 강한 작품인 셈이다.
위의 요건들이 뜻하는 궁극은 하나다. 뜻있는 말놀이, 문화관습으로서 이르기 힘듦이 그것이다.
그 방위가 어디든 더욱 이르기 힘든 상태를 보여준 작품, 그것이 좋은 시다.
3. 강은교 시인이 말하는 좋은 시
첫째, 장식 없는 시가 좋은 시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 시적 공간만으로 전해지는 것이 시의 매력이다.
남이 하지 않는 얘기를 하되 관념이 구체화되고 형상화되었을 때 시가 될 수 있으므로 묘사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둘째, 시는 감상이 아니라 경험이다. 경험은 구체적 언어를 이끌어 내준다.
감상적인 시만 계속 쓰면 ‘나’에 갇히게 된다.
하지만 시는 개인으로부터 시작하지만 개인을 넘어서야 감동을 줄 수 있다.
셋째, 시가 어렵게 느껴지는 순간엔 처음을 돌아보고 자신을, 자신이 시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신념을 갖고 시를 쓰되 남이 이해할 수 있는 시를 써야 한다. 그것이 곧 좋은 시다.
넷째, 시는 정신적으로 전율을 느껴야만 나올 수 있다. 그러므로 시를 쓰려면 전율할 줄 아는 힘을 가져야 한다.
표현과 기교는 차차로 연습할 수 있지만 감동과 전율은 연습할 수 없는 부분이다.
순수한 전율을 맛보기 위해서는 시인은 남다른 노력을 해야 한다.
다섯째, 자유로운 정신(Nomade)이란 정착을 싫어하는 유목민에서 나온 말로, 무정부상태, 틀을 깬 상태,
즉 완전한 자유를 의미한다. 예술의 힘, 시의 힘은 바로 이 노마드의 힘이 아닐까?
그러므로 우리는 틀을 깨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
여섯째, ‘낯설게 하기’와 ‘침묵의 기법’을 익혀야한다. 상투의 틀에 붙잡히지 말고 끊임없이 새로운 정신으로
긴장을 살려나가야 한다. ‘시 자체’와 ‘시적인 것’은 확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시적인 것에만 너무 붙들려 있으면 시가 나오지 않으므로 현실에 사로잡히지 않는 자유정신을 지녀야 할 것이다. 또한 침묵의 기술, 생략의 기술은 우리를 긴장시키는 힘인데 이를 익히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일곱째, 시를 쓰고, 어느 정도의 성취를 맛보려면 약간의 결핍 현상이 필요하다.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려고 해선 안 된다. 왜냐하면 매사 풍요한 상태에선 시가 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출처 : 시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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