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편지
황동규
철새도 날지 않고 눈도 내리지 않는 겨울밤도
별들이 빛나면 견딜 만합니다.
강원도라면 물론 좋지만
서울도 근교만 벗어나면 괜찮지요.
보름달 둥싯 뜬 가을밤 철새들이
조금씩 알파 대형 만들며 나는 광경은
우주의 그림이지만
겨울밤 하늘
초거성이 돼 사라진다는 오리온 별자리의 붉은 별과
나일강 범람 미리 알렸다는 시리우스별
그리고 북쪽 하늘의 붙박이 북극별,
이들이 만드는 거대한 세모꼴도 볼 만합니다.
달은 있어 좋고 없어도 그만입니다.
오리온 붉은 별이 이미 폭파되어 빛만 남아
지구의 현재로 오고 있는 과거의 별이라 해도 좋습니다.
우주가 변하지 않는다면
인간이 변하는 꿈을 어떻게 꿉니까?
세모꼴 주변의 잊었던 별자리 하나를 찾던 중
못 보던 철새 한 무리가 나타나
알파 대형 엉성하게 그리며 날아갑니다.
다음 봄이 출몰하기 시작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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