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지슬 박경남
매캐한 매연 속에
길목마다 자리하고 앉아
눈만 껌뻑이면서도
권세가 세도 가문 뺨친다.
죽어라 달려가는 놈
고무 탄내 나도록 멈추게 하고
멈춰 있던 쇳덩이들
빨리 가라 재촉한다.
말 안 듣고 얍삽하게 도망치는 놈
쫓아가 콧등 한번 후려치니
코피 같은 허연 김
쏟아 내며 헐떡인다.
졸갑증 내며 턱 고이고 자비를
기다리는 자동차 사이로
도심의 노을은 짙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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