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지금은 피치못할 사정이 있어서 술을 마셔도 차를 가지고 귀가하는 일에 망설임이 없어졌다.
그만큼 대리운전이 보편화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리운전 기사들이 직업적으로 정착되어가고 있지만, 너무 난립하다 보니 서로 경쟁적으로 대리운전하는 바람에 정작 운전을 하시는 분들의 수고에도 못 미치는 싼값에 일을 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전에는 택시 기사들이 대리운전으로 한때는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시기도 있었다.
부르는 게 값이었으니까 어느 날은 택시 수입보다는 대리운전의 수입이 더 많은 날이 있었다.
택시는 여름보다는 겨울에 수입이 더 좋다. 사람들이 추운 겨울에 떨면서 버스를 기다리다 감기라도 걸려 고생하느니 일찌감치 택시를 타고 귀가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에서인지 택시를 잘 탄다.
아마 2006년 12월이었을 것이다. 그날은 상당히 추웠던 기억이 있다. 차를 몰고 손님을 찾아 거리를 질주하고 있을 때 한 사람이 차를 세우더니 대리운전을 부탁했다.
목적지와 차가 어디 있는가를 확인한 뒤에 내 차를 안전한 곳에 주차하고 손님의 키를 인수받아 운전하기 시작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냄새를 맡으려 해도 술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의아하기도 하고 해서 질문을 했더니 맥주 반 잔 정도를 마셨다고 한다. 맥주 반 잔 정도는 음주측정기로 불어도 측정이 안 되는 수치인데, 왜 비싼 대리운전을 시키는지 물으니 사연이 있다고 했다.
자신은 대학 교수이고 아버지는 크지는 않지만, 지방 중견 건설업체 사장님이라고 밝힌다.
자신의 아버지는 사업상 술자리를 자주 갖는 편이어서 술을 드시면 대리운전을 시키셨는데, 그날은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면서 손수 운전을 하고 오시다가 일곱 살 먹은 아이와 어머니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는 바람에 일곱 살 먹은 아이가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후로 아버지는 자식들 사 남매를 모아놓고 말씀하시기를 “너희는 이제 대학교수에 의사에 남부럽지 않게 키워놨으니 내 재산과 사업장을 그 일곱 살 난 아이에게 주고 싶다. 내 잘못으로 어린 나이에 불구가 되었으니 보험과 상관없이 내가 책임져야겠으니 너희도 그렇게 알거라” 하시면서 “이제 우리 집안에서 다시는 음주운전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니 만약에 너희들이 친구들을 만나거나 회식자리가 있어서 술을 마시면 아버지가 운전해 줄 테니 절대 음주운전을 하지 마라”는 당부의 말씀이 있어서 술을 마시고 아버지께 운전해 달라고 부를 수 없어서 대리운전을 시키게 되었노라고 말하였다.
또한, 자기의 부인이 영국 사람인데 아버지가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 어린 아이를 불구로 만들었는데 자신이 음주운전을 하면 아버지의 말씀을 거역하는 것도 되고 아내가 자신과 아버지 또 우리나라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이야기한다.
참 대단한 집안에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얼마나 많은 재산이 있는지 모르지만 사고 당한 아이에 대해 보험처리에 미뤄버리지 않고 자신의 재산과 사업장을 자신이 사고를 당한 아이에게 물려줄 생각을 했는지, 또 아버지의 말씀을 지키려고 맥주 반 잔을 마셨으면서도 대리운전을 시키는지 존경스러웠다.
우리나라 사회가 이런 분들만 있다면 결코 어두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밝음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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