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숏다리의 비애

지슬의 세계 2013. 9. 27. 04:36


 

   어제저녁 아내와 광교 호수 공원에 야경이 멋있다는 소문도 있고 해서 산책 겸 구경을 갔다.

과연 소문대로 산책로에는 시차로 변하는 멋진 LED 조명과 주변 신도시에 들어선 아파트의 불빛이

환상적이고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우리 둘은 폰카로 어떻게 하면 더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을까 하며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한참을 그렇게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다 보니 다리도 아프고 해서 젊은이들이 타고 있는

커플 그네를 타기로 하고 걸터앉아 엉덩이와 다리에 힘을 주니 그네는 신이 난 듯 흔들렸고

우리 부부의 철부지 행동에 가을바람도 흥을 돋우며 등을 밀어주는 듯 했다.

나이도 잊은 채 한참을 그네에 앉아 있었다.

이젠 집에 가야지 않겠느냐는 아내의 말에 그네를 세우려 발끝을 내밀었더니 아뿔싸 발이 땅에 닿지 않는다.

어떻게 세울까 생각하다 나 혼자라면 펄쩍 뛰어내릴 수도 있었지만 아내도 있는지라 옆에 있는 기둥을 잡아보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네는 계속 흔들렸고 기둥을 잡지 못한 나는 연실 헛손질을 하는데 아내가 하는 말

"당신 뭐해." "그네를 세워야 하는데 기둥이 손에 잡히지 않잖아." 했더니 "이렇게 하면 되잖아" 하며

다리를 쭉 내밀어 그네를 세웠다.

에고에고 망신스러워라. 이 숏다리의 비애를 뉘 알아주리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와 나는 한참을 웃었다

 

참고로 나는 168cm 아내는 167cm로 내가 1cm 크지만 아내는 롱다리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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