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지슬 박경남
한 떼의 아이들
술래 남겨 놓고
이리저리 흩어져 숨을 곳 찾는다.
골목길 남의 집 대문이나 전신주
주차된 차 뒤밖엔
숨을 곳 없는 도시의 아이들
창문 유리창 너머
뛰어노는 아이들 모습에
내 생각의 시간은
어느새 거꾸로 흐른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숨을 곳도 많았던
동네가 온통 놀이터였던
얼마나 꼭꼭 숨었는지
술래는 찾지 못하고
“못 찾겠다. 꾀꼬리” 하면
아이들은
숨어 있던 곳에서 뛰어 나와
신이 나 함성을 지른다.
벼 낟가리 속
세워놓은 수숫대 뒤
김장독 움막
냄새나는 재 뒷간
분명히 찾아봤었는데
아이들 노는 모습에서
내 잊혔던 것들을 찾아내 본다.
아련한 시간 뒤에 숨어 있는
그리운 이들
“못 찾겠다. 꾀꼬리 나와라”.
출처 : 석란정
글쓴이 : 지슬/박경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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