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란정

[스크랩] 어쩔 수가 없는 거야

지슬의 세계 2015. 1. 30. 23:12

 

어쩔 수가 없는 거야

 

지슬 박경남

  

혹독한 동장군의 위세로

너는 나를 겹겹이 둘러싸

꼼짝 못하게 하여도

나는 기다리는 임이 있기에

서러운 눈물을 삼킨다.

 

 

포근한 갈잎들은

오들오들 떨고 있는 나를 깨워

낮은 포복으로

너의 틈바구니에 끼어들게 하고

허기진 딱따구리의

부지런한 입맞춤은

잔설을 나른하게 한다.

 

 

나목들 사이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볕에 졸고 있는

너의 몸 한 조각 뚝 떼어

나의 동무 삼아

즐거운 노래 불러본다

 

네 아무리 비단 갑옷으로

중무장한다 하여도

봄의 정령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는 거야.

출처 : 석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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