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란정

[스크랩] 유산 상속.[수필. 삶의 이야기]

지슬의 세계 2015. 1. 30. 23:14

 

유산 상속.

 

  시름시름 몇 년을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리워서이신지 할아버지는 매일 술에 취해 사셨다.

그래도 부모님께 물려받은 재산이 상당히 있었기에 조그만 아파트에 살면서도 자식들에게는 항상 큰소릴 치셨다.

“어느 놈이든지 나 죽었을 때 내 몸에 제일 먼저 손댄 놈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겠다.”

자식들은 아버님이 얼마나 옹고집이신 줄 잘 알고 있던 터라 별의별 유혹의 말이 헛된 줄 알고 솔직히 아버님이 쓰러지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나 아버님이 쓰러지시면 제일 먼저 달려와야 하겠기에 큰아들은 앞집 사람에게, 둘째아들은 뒷집 사람에게, 셋째아들은 옆집 사람에게, 막내인 딸은 또 옆집 사람에게 부탁하여 자기 아버님이 변고가 있어 연락해 주면 후사하겠노라고 약속을 하였다.

 

  한번은 할아버지가 약주를 과하게 드시고 자전거를 타고 가시다가 넘어져 다친 일이 있었는데 4남매 모두가 헐레벌떡 달려와 자기 아버지를 찾았던 웃지 못 할 사건까지 있었다.

그것은 결코 효심의 발로가 아닌 아버지의 재산을 노린 얕은 수였기에 동네 사람들은 그저 혀만 차고 있었다.

 

  그렇게 몇 년을 홍역을 치르고 난 뒤 할아버지는 술로 인한 중병을 얻어 병원 생활을 하시게 되었다. 그래도 혹여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아버지가 약속하신 제일 먼저 손댄 자식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약속이 있었기에 잿밥에만 관심이 있던 자식들은 한시도 할아버지 곁을 떠나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당신이 떠날 날이 가까운 줄 아시고 4남매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말씀하셨다.

“나 때문에 너희가 고생 많았다. 이제 마지막으로 너희에게 말하는데 내 재산을 누구라 할 것 없이 똑같이 나누거나 큰아들이라고 제사를 모신다고 걱정하지 말고 넷이서 한 번씩 돌아가면서 네 엄마와 내 제사를 모시다 보면 너희의 우애도 쌓이고 손자들도 할아버지 할머니 제삿날 정도는 알 테니 집안에 좋은 일이 될 것이다.”는 말씀을 남기시고 며칠 지나지 않아 생을 마감하셨다.

 

  그 후에 일은 모른다.

하지만 동네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고집불통이셨던 할아버지가 그 재산을 자식들이 말하는 데 따라 찔끔씩 나누어 주시지 않으셨기에 노후를 그나마 편하게 사시다 가셨다고…….

출처 : 석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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