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손
이사하느라 뒤죽박죽된 가재도구를
펭귄처럼 뒤뚱거리시며 뭔가를 찾고 계신다.
뭘 찾으시냐고 물어도
바쁜데 네 일이나 하라시며
별 다른 말씀도 안하시고 짐 사이를
이리 저리 넣어 보시던 손에
기다란 효자손이 들려 있다.
“여기 있는 것을 여태껏 찾았네.” 말씀하시던 어머니
얼마나 급했던지 옷 사이로 넣고 긁으시며
얼굴엔 환한 미소가 넘친다.
진작 말씀하셨으면
얼른 찾아 드렸을 텐데
자식 손 안 빌리시려는 마음에
벚꽃 같은 땀을 흘리셨다.
“그렇게 시원하세요?” 하고 물으니
“한 여름 얼음물 먹은 것처럼 시원타” 하신다.
메마른 등줄기에 밭고랑처럼
하얗게 그어진 자국들
아~ 어머니
효자손만도 못한
자식의 마음은 아리다.
출처 : 석란정
글쓴이 : 지슬/박경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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