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란정

[스크랩] 아내와 가을, 그리고 억새풀

지슬의 세계 2015. 1. 31.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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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가을, 그리고 억새풀

 

지슬 박경남

 

가을 입구에 들어서면

들길 가에 먼저 나와 반기는 억새풀

 

언제나 아내는 억새풀을 보면

“차 좀 세워주세요.”

“저기 억새꽃이 피었네요.”하며

말을 건네곤 하였다.

 

그리 화려하지도

매력이라고는 손톱만큼도 또 독특하지도 않은

풀에

아내는 꽤나 관심이 깊다.

무엇 때문에 그게 좋으냐고

한 번도 물어 보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마음은 같았으리라.

 

야외를 달리던 차를 멈추게 한 아내는

저기서 사진 한 장 찍고 가자고 팔을 당긴다.

어느새 아내는 가을의 주인공처럼

나를 세워 놓고 앵글을 잡는다.

 

한줌 꺾어다 집에 꽂아 놨으면 좋겠다고 하기에

한번은 커다랗게 한단을 묶어 집에 가져갔을 땐

억새는 이미 하얗게 펴버려

가을이 지나가 버리고 말았었지.

 

올해도 억새는 지나가지 않은 여름 끄트머리에서

반가운 웃음을 띠고 있고

아내는 셔터를 누르며 군침을 삼킨다.

 

미리 와 있는 가을을 집으로 가져갔으면…….

 

출처 : 석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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