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가을, 그리고 억새풀
지슬 박경남
가을 입구에 들어서면
들길 가에 먼저 나와 반기는 억새풀
언제나 아내는 억새풀을 보면
“차 좀 세워주세요.”
“저기 억새꽃이 피었네요.”하며
말을 건네곤 하였다.
그리 화려하지도
매력이라고는 손톱만큼도 또 독특하지도 않은
풀에
아내는 꽤나 관심이 깊다.
무엇 때문에 그게 좋으냐고
한 번도 물어 보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마음은 같았으리라.
야외를 달리던 차를 멈추게 한 아내는
저기서 사진 한 장 찍고 가자고 팔을 당긴다.
어느새 아내는 가을의 주인공처럼
나를 세워 놓고 앵글을 잡는다.
한줌 꺾어다 집에 꽂아 놨으면 좋겠다고 하기에
한번은 커다랗게 한단을 묶어 집에 가져갔을 땐
억새는 이미 하얗게 펴버려
가을이 지나가 버리고 말았었지.
올해도 억새는 지나가지 않은 여름 끄트머리에서
반가운 웃음을 띠고 있고
아내는 셔터를 누르며 군침을 삼킨다.
미리 와 있는 가을을 집으로 가져갔으면…….
출처 : 석란정
글쓴이 : 지슬/박경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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