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란정

[스크랩] 너였구나

지슬의 세계 2015. 1. 31. 02:32

너였구나. 지슬 박경남 너의 정체가 궁금해서 아침마다 살펴봐도 너는 흔적만 남기고 사라졌지 어떻게 생긴 놈인지도 모르는 채 내 것을 빼앗길 수만은 없었어. 내가 얼마나 정성 들여 가꾼 것들인데 날마다 돌아볼 때마다 속상한 마음 감추지 못했지 상처만 남기고 숨어버리는 너를 잡고 싶은 마음에 극약 처방을 계획해 보았지만 내가 참살이 음식 먹으려 유기농으로 키우려 했던 마음을 져버릴 수는 없었어. 양보하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하며 너 먹을 만큼 먹고 남는 것은 내가 먹으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지 그러던 어느 날 난 너를 발견할 수 있었어 이파리 돌돌 말아 집을 짓고 비단 같은 실로 동여맨 속에서 내일을 꿈꾸는 너 손가락으로 비벼버리면 끝나버릴 너의 운명이지만 나랑 같이 나눠 먹는 동안 많이 자란 너를 무자비하게 보낼 순 없어 그냥 못 본체 지나쳤지 이젠 겨울잠 잘 자고 일어나 내년엘랑 파란하늘을 맘껏 날아보렴.

    출처 : 석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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