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란정

[스크랩] 허수아비

지슬의 세계 2015. 1. 31. 12:54

허수아비

 

지슬 박경남

 

쇼윈도가 아닌 낯선 곳에

홀로 서 있는 마네킹

신상품으로 한껏 멋을 부리던

코디들의 손길은 어디 가고

색 바랜 와이셔츠에

바지는 어디에 벗어 던졌는지

눌러쓴 벙거지 모자

논 한가운데 지팡이 짚고 서서

뭐하는 짓이란 말이오.

 

술 한 잔 거나하게 걸치고 가다

자빠져 코가 깨졌는지

으깨어진 몰골이 만고풍상

다 겪은 것 같구려

 

이리 오시오

탁배기 한잔하며

이야기나 들어 봅시다. 그려

“나 말이오?

낡고 늙었다고

도심에서 내팽개쳐져

여기서 참새나 쫓는

허수아비가 되었소이다.”

 

출처 : 석란정
글쓴이 : 박경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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