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지슬 박경남
쇼윈도가 아닌 낯선 곳에
홀로 서 있는 마네킹
신상품으로 한껏 멋을 부리던
코디들의 손길은 어디 가고
색 바랜 와이셔츠에
바지는 어디에 벗어 던졌는지
눌러쓴 벙거지 모자
논 한가운데 지팡이 짚고 서서
뭐하는 짓이란 말이오.
술 한 잔 거나하게 걸치고 가다
자빠져 코가 깨졌는지
으깨어진 몰골이 만고풍상
다 겪은 것 같구려
이리 오시오
탁배기 한잔하며
이야기나 들어 봅시다. 그려
“나 말이오?
낡고 늙었다고
도심에서 내팽개쳐져
여기서 참새나 쫓는
허수아비가 되었소이다.”
출처 : 석란정
글쓴이 : 박경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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